일삶기록 (work & life) 624
요즘 비가 자주 옵니다. 그리고 비가 참 많이도 내립니다.
며칠 전에도 비가 하루 종일 많이 왔는데요. 출퇴근길 사람들 중 우산이 없이 지나가는 분들을 가끔 보았습니다. 아마도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지 않고 우산 없이 외출하신 것 같네요. 집에 잔뜩 쌓여있는 우산들을 떠올리며 일회용 우산을 살 엄두를 못 내셨을 수도 있고요. 손이나 가방으로 머리만 가리면 충분하다고 판단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제가 가는 방향과 같은 길로 지나가는 우산 없는 분들을 만나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말없이 잠깐이라도 우산을 씌워줘야 하나, 아니면 용기를 내서 '저, 어디까지 가세요? 우산같이 쓰실래요?' 물어봐야 하나, 나는 비 맞는 것 좋아하니까 내 우산을 빌려줘야 하나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고민만 하다가 결국 그냥 제 갈 길만 갑니다. 우산 없이 비 맞으며 지나가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면서요. 이럴 땐 제 용기 없음이 싫고 부끄럽습니다.
지하철 역사에 유독 계단이 많은 험지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하철보다 버스 타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버스보다 지하철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차 막힘없이 시간 약속을 버스보다 지하철이 더 잘 지켜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하철 역사 계단 오르기는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못 하고 있는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지하철 역사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가끔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는 분들을 만납니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거침없이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많지 않아도 무거운 짐을 옮기느라 힘겨워 보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또 오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좀 들어드릴까요?' 물어볼까, 아니야 젊으시니까 충분히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을 거야, 알고 보면 힘이 세서 저 정도는 가뿐하게 들고 있을 거야, 근데 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보는 사람이 힘들게 계단으로 낑낑대며 짐을 옮기고 있을까. 또 생각과 상상만 하다가 상대적으로 젊은 분들은 돕지 않고 지나갑니다.
남을 돕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도움이 필요한지 판독하려고 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물어봐야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쁘게 도우면 되고요,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갈 길을 가면 됩니다. 돕지도 않고, 묻지도 않으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했다는 찝찝한 마음만 남게 됩니다.
여러분 주변에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이 있나요? 오늘은 용기를 내서 그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좀 도와줄까?' 돕는 손과 마음, 그리고 용기가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래 영상 속 등장하는 아저씨 행동이 너무 귀엽습니다. 아저씨는 어떤 생각으로 날씨를 전하는 뉴스 리포터에게 우산을 씌워준 걸까요? 내 딸과 같은 사람이 비를 맞고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아니면 그냥 비 맞고 있는 사람이 안쓰럽게 보였을까요? 아저씨 마음을 헤아려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282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