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든든해 보였던 회사에 쌓여있던 많은 문제(매출 악화, 초기 리더들의 줄퇴사, 불확실한 미래) 등으로 폐업 수순을 밟고 있었는데, 제가 가까이 지내는 또래 백엔드 개발자한테
"아 그래도 개발자는 불러주는데 많잖아요~. 직장 옮기는 과정이야 수고스럽겠지만 그래도 개발자라는 게 참 좋네요." 이랬더니
그분은
"개발자도 늙으면 갈 곳 없어요;;" 이러더라.
또 가까이 연락하던 유명 스타트업 CTO 출신이 계셨는데, 그분은 "개발자는 40 넘으면 코딩하면 안 돼요~"라고 주변 피드백도 들었다고 했다.
경력이 오래되었다는 게 좋은 건가? 안 좋은 건가?
다들 물 경력도 많이 겪어봐서 정말 케바케라고 생각할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20년 차 기획자와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노션이 뭔지도 모르고 구글 스프레드시트가 왜 엑셀 보다 나은지 모르고... 와이어 프레임은 기획 1년 차 수준에 머물러 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감도 못 잡고 그 흐름을 읽으려는 시도조차 안 하는... 모습이 참 안타깝더라. 이 분은 다른 직종으로 업력을 쌓았어야 하는데... 하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이 있다.
여하튼 디자이너도 비단 디자인 트렌드뿐만 아니라 새로운 툴과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데, 마치 그림판이나 포토샵으로 UI 디자인을 아주 잘한다 해도 주변에선 그냥 "와 대단하네요~!" 딱 그걸로 끝인 거다...
디자이너도 모든 트렌드를 다 흡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이너의 스펙을 갖추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일전에 어느 대기업 합작회사에 디자인 팀장으로 인터뷰한 적이 있다.
실무자들과의 인터뷰, 유관부서 리더들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한 일주일 후에 결과가 나왔는데 무려 당연하게도 탈락!!!
뭐 그럴 수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잘 어필했고 큰 이슈 없이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무엇이 문제였는지 궁금했다.
뭘까? 뭘까? 뭘까? 뭘까? 뭘까?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인터뷰에 참석했던 분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고, 혹시나 해서 이유를 듣고 싶었다. 그래야 받아들이고 보완할 수 있으니..
여하튼 그래서 그분께 물어보니 예상 와는 다르게 이유는 "나이가 많아서였다."라고 하더라...
나이가 많으면 컨트롤 하기 어렵다는게 주 이유였다고..
응... 나 나이 많아... ㅠ 그렇지만 너네도 언젠간 나처럼 나이가 들 거야 ㅠㅠㅠ
해서 이 글을 쓰게 된 건데... HR 팀장님도 조심스럽게 얘기해 주신 게 기억난다.
일부 회사는 구인할 때 구직자 나이를 암묵적으로 보고 사전에 판단(서류심사)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웃긴 게 나이 제한을 기입하면 그게 대외적으로 문제가 되어서 다들 나이 /학력 제한 없음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론 기본적인 건 본다고 하셔서 태어나면서 같은 유교사상 탑재된 나조차도 크게 반발하는 마음이 들진 않았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뭐..." 정도.
언젠간 나이와 상관없이 직무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시대에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