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케터로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면, 특히 마케팅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취업을 준비하게 되면 보통 이런 공부들을 합니다.
- 광고 집행 툴 사용법
- (보통은 영어 약자인)광고 성과 지표
- 데이터 분석 도구 사용법
- 마케팅과 고객여정 설계 이론들
- 유명한 브랜드들의 케이스 스터디
그리고 이런 공부들을 어느정도 끝나치면 마치 내가 프로페셔널한 마케터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실무를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급속도로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이론은 배웠는데, 실무에서 도저히 이 이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유입 단계가 어떻고, 전환 단계가 어떻고 하는 ‘아름다운 퍼널 기획하기’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하지만, 실제로 그 퍼널이 현실에까지 등장하는 일은 드뭅니다). 어찌어찌 광고를 집행했는데 성과 데이터를 보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단 소재부터 여러개 만들어서 광고를 태워 봅니다. 나는 지금 A/B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숫자를 구경하고 있을 뿐입니다. 왜 이런 것들을 배우는지, 실제 문제는 어떻게 도출해내야 하는지,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을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인 이론과 도구만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업무 스킬과 도구 사용법은 한 번만 직접 해 보면 알 수 있지만, 맥락적인 태도는 공부만으로 익히기 어렵습니다. 마케터는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말의 이면에는 현상의 근본을 탐구하고 맥락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