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개발조직(기획, 디자인, 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직무와 방법론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는 것 같다. (다른 조직이나 실리콘밸리라고 그런 문제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10년 전 정도만해도 개발조직의 가장 큰 문제가 역할의 모호함과 방법론/프로세스의 낙후됨이 문제였는데, 그걸 빠르게 현대화 시키려다보니 오히려 독이 되어버린게 아닐까 싶다.


역할과 프로세스를 정하는 이유는 서로 협업을 더욱 잘하기 위해서인데, 역할과 방법론에 매몰되다보니, 나는 뭐 하는 사람이고, 방법론과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해지고 본래 목표는 사라져버린 주객전도의 형국이 되어버린 것.


특히나 주니어, 중니어에서 그런 현상이 좀 많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시니어라고 안그런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자기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명확히 정의하고 싶고,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마음이 생기는 시기이다보니 그런 것 같긴하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은 매 순간 바뀌고 연차가 쌓여갈수록 넓어지며, 문제의 해결 방법은 비슷해보여도 다 크고 작게 다르기 때문에 역할의 정의와 방법론 그 자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목적의 일이냐, 어떤 단계냐에 따라 방법이나 툴은 달라지기 마련인데, 요즘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해요, 어떤 프로세스로 어떤 툴을 사용해서 일을 할까요부터 논의하자고 해서 피곤할지경. 🤦🏻‍♂️


그러다보니 직무명에 민감해하거나, 다른 팀원이 자신의 역할까지 넘나들며 일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생겼다. 백엔드 개발하다가 필요하면 프론트도 하고, 프로젝트 매니징도 하고, 기획하다가 와이어프레임도 그리고, 디자인 하다가 ChatGPT랑 코드 좀 짜서 테스트도 해 보고 그렇게 목표 달성에 필요한 부분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만일 역할 정의에 적힌대로, 티켓에 적힌대로만 일해도 되는 역할과 일이라면 차라리 외주를 주는게 낫다.


이 문제에 대해 내가 딱히 해결 방법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냥 예전처럼 기획자, 엔지니어, 디자이너 그냥 이렇게 간단하게 나누고 경계없이 일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이젠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이라는 하드 스킬이 점점 일반화되어, 누구나 쉽게 직무를 넘나들 수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으니, 앞으로는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오독이 있을 수 있어서 첨언하자면,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팀은 현재 다들 이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하니 좋아서 쓴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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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7일 오전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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