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리랜서를 한 뒤에 팀으로 일한다는 의미를 더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으로 일하는 사람의 역설이다. 혼자 일을 해서 외롭다. 뭐 이런 개념도 있지만 1년 정도 해보고 나니 정말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있어서 그렇다.
2. 1년 정도 진행하며 작건 크건 의미있는 결과가 난 곳들의 공통점은 결국 하나다. 같이 일할 사람들이 있는지 여부이다. 상품기획이야 당연히 모두가 갖추고 있으니 차치하고. 판매논리를 시각적으로 최적화 해줄 디자이너가 있거나(상세페이지 얘기다) 같이 마케팅을 고민할 마케터가 있거나.
든든하게 유통에서 돈을 벌어주는 엠디가 있거나. 카피머신을 탑재한 콘텐츠 마케터가 있거나…뭐가 됐건 합을 맞춰 결과를 구현할 사람들이 있는 곳은 뭐가 어떻게든 나온다. 정말 아무런 팀웍도 기대할 수 없고 내가 혼자 해내야 하는 케이스들은 방법이 없었다.
3. 물론 이게 내 능력의 한계일 수 있다. 어느 뛰어난 프리랜서는 혼자서도 상황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퍼즐 조각의 하나로서 그림과 흐름을 같이 만들어가는 사람이지 혼자 모든 걸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혼자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와 능력자들이 너무나 부럽고 그 점에 있어서 많은 결핍과 불안을 느낀다.
4. 그렇지만. 결국. 나는 같이 할 사람이 있어야 잘 한다. 어떤 영역에서는 내가 구현할 능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런 로우퀄리티를 스스로 참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기엔 내 주변에 잘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이제는 그런 연습으로 돈을 받아서는 안된다.
5. 예전에는 내가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되새기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누구나 스스로는 르네상스인이 되고 싶은 법이니까. 프리랜서라 더 그렇다. ‘그건 제가 혼자서는 못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자영업자가 누가 있겠는가!
6. 지금은 그게 자만의 다른 얼굴임을 잘 안다. 그래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내가 무능력하다는 식으로 겸손을 가장한 자만을 부릴 생각도 없다. 그냥 각자의 역할이 있을 뿐인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일. 나의 포지션은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계속 되새겨야 이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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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6일 오전 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