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기업에서 1인 마케터가 되면 생기는 일 🤔


*과거 회고 모드입니다. 


 저는 두 곳의 AI B2B 기업에서 마케터 리더의 역할을 했습니다. 한 회사는 Y-Combinator 배치를 막 마친 후, PoC 제품을 완성한 단계에서 개발자 위주로 대략 10명 정도의 멤버가 있는 상태였고, 사업 조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극초기 단계 였어요. (TMI. 이 조직은 2년 뒤에 미국/한국 합쳐 100명이 훨씬 넘는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 다른 한 곳은 창업 7년차 정도로 AI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번 제품을 런칭 했지만 BM과 제품 피보팅을 하게 되고 비즈니스 조직 구성원 이탈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고요. 어쨋건 간에 ‘뭐가 없는’ 상황인 건 똑같습니다. 


 두 상황 모두 Hype Technology를 다루는 기술 조직이라면 흔하게 겪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가 이미 준비되어 있을 거라 감히 상상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AI 기업 중에서도 B2B 기업이라면 마케팅 스페셜리스트 보다도, 제네럴리스트로써 여러 홍보/마케팅에 관한 역할을 한 명이’시기 별로 각각 다르게 수행’하게 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합니다. 


  1. ML Life Cycle + Product Life Cycle, 두 싸이클의 콤비네이션 


제품 생애 주기(Product Life Cycle)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마 ML Life Cycle에 대해서는 거의 들어보지 못하셨을 거에요. ‘제품의 생애 주기’가 있듯 ML 모델에도 생애 주기가 있습니다. AI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어 내고 런칭한다는 건 이 두 가지 생애 주기의 대환장 콤비네이션을 다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Product Life Cycle Management:

    • https://www.sap.com/products/scm/plm-r-d-engineering/what-is-product-lifecycle-management.html

  • ML Life Cycle Management: 

    • https://www.datacamp.com/blog/machine-learning-lifecycle-explained


 최근은 초거대 모델을 API 형태로 활용하게 되면서 ML 모델의 생애 주기를 직접 관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초거대 모델들의 잦은 업데이트/변화 속도 RAG과 파인튜닝 같은 맥락화, 최적화 전략 등을 고려하면 복잡도는 더 증가될 수 있습니다. 제품의 준비, 개발 단계를 모니터링 하면서 적기에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을 '1인 마케터'이더라도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1. 고객에게 접근하고, 비즈니스를 더 잘 키우는 방법을 고려하자, Flywheel 모델 


 제품이 준비된 상태이든 아니든, 매출이 나든 아니든, Lead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Flywheel 모델을 살펴보면서 지금 1) 우리 회사, 제품, 기술력, 시장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정보를 알려주는데 집중해야 할 지, 2)Contact을 늘리고 마케팅 대상들에게 여러 유익한 정보를 주면서 세일즈-마케팅 깔떼기 안으로 옭아매는데 집중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면서, 각각의 목적에 적합한 콘텐츠 발굴, 채널 발굴을 시작해야 합니다. 


* Flywheel Model:

  • https://www.hubspot.com/flywheel


  AI나 하이테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제품의 경우, 보통은 구매 고객 역시 ‘기술 기업’ 혹은 ‘기술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많은 경우 기술이라는 것은 굉장히 전문화, 분화 되어 있어서 정확한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기술 기업에서 홍보/마케팅 일을 하면서 가장 깊게 새겼던 문장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사랑할 수는 없다’ 였습니다. 이 때문에 교육을 전공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무언가를 가르쳐 보기도 했던 경험이 빛을 발했는데요. 우리 제품의 기술 영역을 잘 모르는 사람, 잘 아는 사람, 제품이 아애 낯선 사람, 몇 번 들어본 사람 등 다양한 고객 오디언스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고, 흥미로운 정보를 주는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정보 속에서 우리 제품의 필요성이 고객이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1. Owned-media 구축과 자동화 


 Contact과 Lead를 확보하기 위해서 Owned-media 구축을 시작합니다. 엔터프라이즈 레벨에 걸맞는 Owned-media를 구축, 운영하고 이를 혼자서 처리하려면 이제 AI가 내장된 다양한 자동화 도구와 웹빌더를 사용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2개 회사에서 모두 Webflow를 활용해서 기업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이벤트 페이지 들도 만들었습니다. Zapier도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4. Media 다각화와 최적화 

  자, 이제 드디어 팀원이 정말로 필요한 때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부터는 1,2,3을 고려한 가설-최적화의 반복으로 Lead 총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Qualification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대체적으로 1-3까지는 혼자서 (겨우겨우 하긴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할 수는 있지만 4부터는 팀원이 없이는 불가능해요. 

 하지만 겪어본 바, B2B 마케팅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할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조직 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마케팅은 마케팅 조직만 전략을 짠다고 해서 전략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제품 개발, 세일즈 등과 모두 톱니가 맞닿아 있는데요. 각 조직에서 함께 가설을 검증하고 싶어 한다면 Media 다각화와 최적화 구간은 업무 폭발, 헬게이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한 번 뜨겁게 일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지요. 

 그런데 또한 겪어본 바, Hype Technology에 종사하고 있다면 4번의 단계는 생각보다 겪어보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케팅팀이 무한하게 크지 않고 소수의 팀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왠지 모르게 반복되는 일을 계속하는 듯한 느낌도 들게 됩니다. 워낙에 기술 변화와 발전 속도가 심하다 보니 ‘기술변화 - 모델 검증 - 제품 검증’으로 이어지는 단계들이 3개월, 6개월 단위로 반복될 수도 있고, 제품의 특성상 고객들이 ‘일반 대중’은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광고 캠페인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략 위주로 최적화를 반복하게 됩니다. 


  • 아드리엘 ‘투자 받은 스타트업의 마케팅 전략 리포트

    • https://www.adriel.com/ko/news/startupinvestmentreport 


 위 리포트는 스타트업의 ‘투자 단계’에 따라 과업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첫 번째 AI 회사는 2년 만에 Seed-SeriesB 단계까지 넘어가면서 저 모든 과업들을 2개월, 3개월 단위의 스프린트로 쉬지 않고 경험 했던 것 같네요. 다만, 스타트업의 투자 단계가 아니라 제품 생애 주기, ML 생애 주기에 따라서도 저 단계를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기술 조직에서 마케터로 혼자 혹은 소규모로 한다면, 작아도 저 일을 모두 해보는 (강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하려는 마케터라면 다소 괴로울 수도 있고, 제너럴리스트에게는 기회이죠.


 기술 기업에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개발/기술 지식을 알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PoC가 잦다는 점 등에서 어려운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기술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했던 기간이 매우 자랑스럽고 즐거웠는데요. 뭐든 직접 빌딩해 나가는 참맛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Legacy가 있다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의 재미가 있는 법이죠.


AI 마케터의 실무 소식도 종종 ‘과거 회고 모드로’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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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6일 오전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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