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하겠다는 창업가들이나 하고 있는 스타트업 상당수가 대단히 크게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자기들의 역할이 고객과 공급자를(혹은 다른 고객이나 이해관계자 등) 정확하게 쉽고 빠르게 연결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객이 정보가 별로 없거나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찾기 어렵거나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부분을 해결해주는게 플랫폼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일부는 맞지만 대부분은 틀리다.
정확하고 쉽고 빠르게 찾아주는 것, 즉 플랫폼이 쉽게 찾아준다가 핵심이 아니다. 고객이 왜 플랫폼을 사용하는가에 대해 한단계 더 깊게 생각해봐야한다. 내가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찾는 이유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함이다. 플랫폼에 기대하는 것은 찾아주는 것만이 아니라 기대한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까지 제공받기 위함이다.
(물론 아예 처음부터 찾아주는 것만이 역할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만 돈을 받는 것으로 사업모델을 만들었다면 다른 문제지만, 이는 플랫폼 사업자가 주장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고객이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기준이다. 대부분의 플랫폼의 경우 "우리는 연결만 해요"라고 말하는게 별의미가 없다는 소리다. 다른 각도로 정보의 질로만 판단해도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했다면 정보의 질이 낮다는 의미니 이렇게 봐도 플랫폼 사업자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독하게 말하면 해외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플랫폼 서비스들 중 제대로 하는 곳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다. 고객과 공급자 양쪽을 연결해주겠다면서 한쪽이던 양쪽에 돈을 받으면서도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책임은 등한시 한다. 투자금 받아서 돈을 쏟아붓는 영역도 플랫폼 개발이나 개선, 마케팅비용이다.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았을 때 제품과 서비스 자체가 문제가 있어도 정작 이 부분은 매우 소홀하게 여긴다.
(사내벤처 육성할 때는 절대 벌어지지 않지만 스타트업 육성할 때는 스타트업에게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거나 컨설팅을 하면 너무나 쉽게 생각한다. 100이면 99가 리뷰와 별점, 그리고 이를 기반한 불이익 정책을 쓸거라고 한다. 플랫폼 자체보다 이 부분이 더 본질적이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자 사업 성공의 키인데 말이다)
자기는 연결만 할 뿐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고객이 불만을 표시해도 '왜 나한테 지랄이야' 생각한다. 고객의 불쾌한 경험이 누적되어 갈수록 사업은 점차 엉망이 되고 매출은 꺾이고 망해가게 되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도 스타트업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의리상 처음에는 일부러 이런 저런 플랫폼 써보다가 결국엔 다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갔다. 이사, 청소, 공사, 집안일(파출부), 자동차수리, 요양원이나 요양보호사, 간병인 찾기까지 결국엔 플랫폼이 수수료만 더해서 더 비쌀 뿐 괜찮은 사람이나 서비스를 찾기가 어려웠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당연하다. 서비스를 잘하는 사람이나 회사는 어차피 플랫폼 안통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입소문이나 신뢰 관계로 충분히 고객도 일도 많다. 역으로 생각하면 플랫폼에서 괜찮은 서비스나 사람, 회사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플랫폼이 플랫폼으로서 고객의 신뢰를 얻고 고객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고객이 플랫폼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제품과 서비스까지 퀄러티를 관리하고 보증하고 책임을 져야만 한다. 너무 상식적이지만 스타트업 바닥에서는 의외로 비상식적으로 받아들인다. 여튼 매번 느끼지만 참 신기하고 재밌는 동네다. 😊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4년 1월 11일 오전 9:15
너무 공감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플랫폼에서 괜찮은 서비스나 사람, 회사가 많지 않은 이유... 숙박 O2O할 때 많이 느꼈습니다. 이미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은 플랫폼이 필요 없고, 플랫폼 이용자들은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을 찾으려 하고..
@마앙(카카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을 보면 과연 임직원들은 자기 서비스 제대로 써봤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
1. 저는 플랫폼/유통업계에서 엔터로 넘어왔어요. 엔터 시장에서 일하며 놀랐어요. 온라인 플랫폼과 커머스에서 CRM은 상식인데, 케이팝 업계에 CRM 개념이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