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서 쭉 정독해봄. 인상 깊던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는데, 구조적으로 NYT 모델이 한국에 적용되기 어려운 이유도 보인다. 뭐, 단순하게 '디지털이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엔 이미 시도했다가 자빠진 적도 많으니. 결국 왜 자빠졌는가에 대해 논하는 게 더 건설적일듯. 단순히 돈이 되지 않아서 안 한다라고 말하는 건, 결과를 너무 단순하게 해석하는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사실 한국의 언론사는 강력한 오너가 있기에 NYT와 같은 변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마크 톰슨이 말한 '적절한 인재 채용'이 가능하지 않으면 이런 변신은 불가한 셈. 여기서 말한 인재 채용은 주니어를 뽑는 신입 공채를 말하는 건 아니고, 팀장과 그 이상을 뽑는 리더 채용을 말한다. 기자순혈주의가 있는 조직의 특성상 다른 곳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조직에 적응하기는 어렵고, 미래에 맞지 않는 인재를 가차없이 내치기도 꽤 어렵다. 해고는 정말 어렵지만, 소위 '고인물' 조직은 이게 더 어렵다. 단순히 법만의 문제는 아니다. 싫은 말하는 리더도 수두룩한데, 사람 자르는 게 쉽나. 심지어 함께 동고동락한 몇 기수 위 아래 선후배들인데. 흥미로운 지점은 마크 톰슨은 NYT를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자로 규정하고, 신문과 디지털은 단순히 플랫폼으로만 생각했다. 즉, NYT의 본질은 종이야, 디지털이야라는 시답잖은 논쟁을 넘어서 야 우린 존내 프리미엄 퀄리티 저널리즘이고 종이든 웹이든 앱이든 존내 상관없어. 각 플랫폼에 최적화시키면 돼. 한국에서 이걸 어떻게 적용시키냐...는 마치 넷플릭스과 구글 문화를 그대로 베끼면 성공하냐? 와 같은 물음이라 답은 없지만서도 마크 톰슨 이 사람 참 대단하구나 싶음. 진짜 여러모로 힘들었을텐데, 굳건하게 다 해내네. 언론 등에서 연출자, 감독 등을 추앙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상 그들의 콘텐츠가 비즈니스가 되게끔 인프라를 깔아둔 사람들이 진짜 핵심이 아닐런지 싶다. 그 점에서 한국의 콘텐츠 업계는 온미디어와 CJ에 감사! 압도적 감사! 를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틀'이 되는 건지, 꼰대가 되는 건지 요즘은 한국의 레거시를 만든 여러 사람들에게 감탄을 금치 못한다. 굳이 따지자면, 예전 다큐멘터리 성공시대나 근래에 명을 다한 유명한 재벌가 CEO들. 그리고 관가의 사람들까지. 이 사람들을 파운딩 파더라고 부르긴 어렵다만, 적어도 그들이 앞서 만들어둔 여러 인프라 위에서 지금이 꽃피우는 거니까. 임요환 멋지다고 생각하는 거랑 같지 뭐.

Building a digital New York Times: CEO Mark Thompson

McKinsey & Company

Building a digital New York Times: CEO Mark Thompson

2020년 9월 28일 오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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