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흥행 서울국제도서전, 굿즈가 주인공이면 어떤가요?
OUTSTANDING
살다 보면 힘든 날이 있다. 어려운 시기는 잊지 않고 꼭 찾아온다. 금방 지나가는 고난도 있지만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나날이 계속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뤄야 할 꿈을 되새기며 삶의 의미를 곱씹다보면 견디기 어려운 날들은 분명 지나가며, 지나간 뒤에는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끝을 모르고 반복되는 힘든 하루를 버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땐 국밥을 먹자. 기름기 많고 느끼한 뼈해장국이 좋겠지만 고소한 순대국밥이나 선지해장국도 좋다. 남쪽으로는 쇠고기장국이나 돼지국밥이 특산인 곳도 있으니 그쪽으로 가도 좋다. 이왕이면 콩나물 해장국이나 시래기 국밥같이 채소로 끓인 국밥보다는 고깃덩어리가 큼직큼직 들어간 기름기 많은 국밥을 먹자.
국밥이 나오면 다대기나 고춧가루를 팍, 아니 적당히 뿌리고 잘 섞어주자. 깍두기 국물을 조금 부어도 좋다. 차가운 깍두기를 뜨거운 국물에 담그면 국물이 먹기 좋게 식을 뿐 아니라 이가 시리지 않게 깍두기를 먹을 수도 있다. 순대국밥에는 들깨가루를, 추어탕에는 산초가루를 넣는 것도 잊지말자. 밥을 한 번에 다 말지 말고 반 정도만 마는 게 따뜻한 국물의 식감을 느끼는 방법이다.
국밥은 심리학적으로 완전식품이다. 고담시에 국밥집이 있었으면 아서 플렉(영화 《조커》의 주인공 극중 이름)이 조커가 되지 않았을 거란 얘기도 있다. 국밥의 효능은 그만큼 뛰어나다. 힘들고 지쳤다는 것은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뜻이다.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는 길은 먹고 쉬는 방법뿐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 힘들면 몸도 지치고 몸에 기운이 나면 정신도 맑아진다. 국밥을 한 숟갈 뜨면, 뜨끈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이동한다. 뜨거운 국물은 차갑게 식은 몸에 열을 공급한다. 이어서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한 소화액이 분비되고 혈류가 몰리면서 우리의 몸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국밥의 국물은 체액을 보충하고, 전해질 농도를 높인다. 이때 뉴런에서는 전기 신호가 일어나는데, 전기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나트륨과 칼륨이 필요하다. 짭짤한 국물은 흐릿하던 신경 신호를 빠릿빠릿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용을 두고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든다고 말한다.
혹자는 지나친 나트륨 섭취는 좋지 않다고 하지만, 이 문제는 국밥에 들어있는 우거지나 시래기가 해결해준다. 녹황색 채소에는 칼륨이 들어 있어 나트륨을 배출하고 신경 신호를 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국밥의 건더기, 고기에서 나오는 기름은 지방이다. 지방은 뉴런의 축삭을 감싸는 수초(미엘린)의 재료다. 수초는 절연체로 축삭을 지나는 신경 신호가 새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한다. 지방을 먹지 않으면 수초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신경 신호에 합선이 일어난다.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제 신경 신호가 뚜렷해지고 잘 전달되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국밥에 만 밥은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은 우리가 즉시적으로 갖다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이유다. 지친 몸에 에너지가 돌기 시작한다면 순전히 탄수화물 때문이다. 고기의 단백질은 죽어나간 체세포를 교체할 세포를 생성하고 나중에 쓸 에너지로 저장된다. 그래서 뇌가 한창 발달할 나이의 어린이들은 고기를 잘 챙겨 먹어야 한다.
국밥 한 그릇으로 체온 상승, 신경 신호 회복 및 뉴런 보강, 에너지 보충 및 축적이 한 번에 이루어졌다. 이 어찌 완전식품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끝까지 나트륨이 걱정이신 분들은 조금 있다가 물을 한 컵 마시면 된다. 그러면 전해질 농도쯤은 금방 조절된다. 바로 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소화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가. 몸과 마음이 훨씬 나아지지 않았나. 이렇게 또 하루를 견뎌내자.
(글: 한민 심리학자)(출처: 한민의 심리학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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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30일 오전 1:16
오
... 더 보기1. 커리어를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일단 내가 가진 가치관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남들의 시선과 판단도 무시할 수 없다. 이직 트렌드와 경향도 살펴봐야 한다.
... 더 보기1. 이전에는 직접적인 관계만을 ’진짜‘ 관계로 여겼다면 요즘은 다양한 형태의 간접적인 관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