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일이나 다른 사람과 상황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사건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다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는지가 한 사람을 얼마나 성숙케하고 변화시키는지, 긍정성이 얼마나 밀도있게 한 사람의 성장을 만드는지 목격하며 감탄하고 있다.

최근 동료가 강도 높은 프로젝트를 맡았다. 한 달여 전, 유사한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그는 심신이 꽤 지쳐 있었다. 처음 담당해 본 프로젝트에 그는 부족함을 느끼며 아쉬움과 좌절감은 물론 몸의 피로까지 상당했다. 건조한 위로 밖에는 할 줄 모르는 나는 그의 프로젝트 결과가 어떠한지, 어떤 부분을 잘하고 있는지, 개선할 점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논할 뿐이었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이 프로젝트를 맡은 동료의 업무는 역시나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고, 결과에 대한 개선 요구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프로젝트 중간, 일은 어떠한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를 묻는 내 말에 동료가 답했다. "이런 부분이 어려운데, 제가 할 몫인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그저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걸 느껴요", "게다가 다들 현장에서 정말 열심히 해주고 계세요", "재밌어요"

평소에도 그의 일은 그냥 끝나는 경우가 없다. 모두가 그의 결과에 의견을 들이댄다. 쉽게 반영할 수 있는 말이 있고, 그렇지 못한 말도 있을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고심 끝에 정성을 다해 만든 결과에 다른 사람의 지적은 달갑지 만은 않을 것이다. 프로젝트 기간에 평소 대비 3배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었으니 그만큼 요구도 늘어나고, 만만찮은 압박감도 느꼈을 테다. 이번에도 아쉬움과 고민이 쌓였겠지.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 그는 지쳐 보이지도, 피로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한 일이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다음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하고 싶어할 뿐이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가 매번 강해지는 이유는, 매번 내가 그에게 감탄하는 이유는 그 동료의 #긍정성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마치 오랜 기간 갈증에 시달려온 메마른 자신의 땅에 물을 부어 싹을 틔우고 나무가 자라고 강이 흐르게 만드는 듯하다.

나의 동료가 발현하는 긍정성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는 변화하는 업무 환경, 다양한 프로젝트, 다양한 요구에 대해 사유한다. 그리고 '자신이 주변으로 부터 무엇을 받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기여하는지', '자신은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것들을 배우고 있고 배울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에 즐거움을 느낀다.

가만보면 긍정성은 그저 화이팅이 넘치는 에너지가 아니다. (그런 에너지 아래로 부정성을 감추고 있는 경우도 자주 본다.) 일도 삶도 장거리 달리기와 같아서 중간 중간 쉴지언정 꾸준히 달려간다. 이때 긍정성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양분으로 꾸준히 나아갈 힘이 된다. 내가 그에게 발견한 긍정성은 그렇게 강력한 결과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