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첫페이지를 펼쳤을 때, 이 책이 지향하는 바, 이본이 말하고자 하는 철학이 느껴집니다. (후에 읽으실 분들을 위해 그게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
이 책의 내용은 다른 창업자 / 경영자 자서전나 경영지침서와는 매우 다릅니다. 오히려 60~70년대 반전운동, 환경운동, 무정부주의 등 저항적인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미국 진보정치가의 글을 보는 듯합니다.
리더십, 경영전략,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어느 하나도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이본 쉬나드는 취미를 더 잘하고 싶어서 어쩌다 창업가가 되었고
사업을 한다는 뚜렷한 의식도, 목적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암벽등반, 스키, 카약 등 자연을 즐기는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한다. 그리고 돈을 벌면 그것으로 환경운동을 지원한다. 정도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목표로 느껴집니다.
본인도 그 점에 대해서 인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카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다 헛소리요. 기부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거라면 회사를 1억 달러쯤에 팔고, 200만 달러만 챙긴 후에, 나머지로 재단을 만드는 게 나을거요. 그렇게 하면 원금을 투자해서 매년 600~800만 달러를 기부할 수 있소. 영리한 사람이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된다면 그들은 수익의 10퍼센트를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유지할 거요."
나는 이 회사를 팔면 어떤 일이 생길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자기가 왜 사업을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소."
사실 이 질문은 제가 VC에 오기 전부터 창업/사업을 하는 지인들을 보면 늘 물어보던 것입니다. 전 직장 보스이자 오너인 사장님께도 직, 간접적으로 여쭤보던 질문이기도 하구요.
어떤 분들은 이상(cause)나 이루고자하는 목적이 있었고,
어떤 분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
어떤 분들은 본인이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재미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쉬나드는 이 만남을 기점으로 본인이 왜 사업을 하고 있는지, 파타고니아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를 분명하게 밝혀나갑니다. 본문에서도 이후 내용은 파타고니아 철학을 다루는데 중심을 둡니다.
8개 분야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제품 디자인/생산/유통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세 분야도 나누어썼을 뿐 하나라는 느낌이구요.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기능적으로 완벽하고, 디자인적으로 단순하며,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어 재소비를 줄이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제품을 만들고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생산,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지요.
나머지는 이를 부연하는 인상입니다.
*8개 분야 : 제품디자인, 생산, 유통, 마케팅, 재무, 인사, 경영, 환경
읽다보면 현대 자본주의나 소비에 대한 저항정신이 강하게 묻어나오고, 현재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강하여 거부감이 들기도 합니다. 체 게바라 평전을 읽는 느낌이랄까? 기업보다는 환경보호를 위한 소셜벤처나 지원기관을 운영하는 사람의 철학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쉬나드 같은 경영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긍정적인 영향이 큰지는 점점 분명해집니다.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승려와 수수께끼' 처럼 왜 창업(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