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은 개인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활동 또는 습관을 의미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회사 업무를 시작하는 순서 등이 대표적인 루틴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루틴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타자들이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기다리면서, 투수들이 공을 던지기 전에 동일한 행동을 반복합니다. 이러한 루틴의 장점은 특정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도 생기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리바이스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 검은 터틀넥도 일종의 루틴입니다.
하루 24시간, ‘월화수목금토일’은 일상을 지배하는 강력한 루틴입니다. 조직에서도 업무수행의 효율을 높이고자 다양한 루틴을 만듭니다. 사업부 내부 주간회의, 타 사업부와의 정기회의, 사업부 전략 점검회의체가 예입니다. 조직 내 업무루틴은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조건과 상관없이 특정 주기별로 반복하는 회의체 같은 루틴과, 완료보고와 같이 특정조건을 충족했을 때 수행하는 루틴이 있습니다.
운영부서는 업무의 특성상 반복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 지점에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대출과 같은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같은 업무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반복업무는 최근 로봇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운영업무와 달리 프로젝트는 특성상 매 프로젝트마다 루틴을 정해야 합니다.
업무루틴이 제공하는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무엇을 할지, 언제 할지 고민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조직에서 루틴업무가 정착되면 그 업무를 수행하는 당위성을 부여받습니다. 따라서 개인들은 루틴업무로 채워진 시간들은 무엇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업무계획수립에 투입되는 시간은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00 팀장이 사업부장이 요청한 업무를 언제 보고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긴급하지 않는 대면 보고는 주 또는 월단위로 예정된 회의체에서 보고하면 됩니다. 특히 여러 임원들에게 보고해야 하는 내용은 정기회의체에서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업무보고를 위해 여러 임원들의 일정을 힘들게 조율하는 낭비가 발생할 것입니다.
- 업무점검 체계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품질이나 진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도 루틴을 만듭니다. 상품개발 단계별 검토활동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프로젝트점검 루틴들은 잘 활용하면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습니다. 지켜보지 않는 냄비는 빨리 끓는다는 말이 있는데, 점검 루틴들은 지켜보지 않는 냄비를 줄여줍니다. 다만 업무를 점검하는 루틴이 잘못 운영되면 관료적인 프로세스로 변질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실효성 없고 형식적인 보고서만 양산하는 점검 루틴은 문제예방이라는 목적은 사라지고 관료적인 프로세스 준수라는 수단만 남습니다.
- 프로젝트 팀의 긴장감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낮은 수준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조직의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팀은 긴장감이 변하지만 규칙적인 리듬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폭포수 방식의 프로젝트 긴장감은 설계완료 이후 통합테스트 시작 전까지 긴 시간을 긴장감의 큰 변화 없이 유지합니다. 통합테스트부터 시스템 오픈 이후 안정화까지 긴장감이 최고에 달합니다.
스프린트를 적용하는 애자일 방식의 프로젝트 긴장감은 어떨까요? 프로젝트의 긴장감은 일정준수에 대한 스트레스와 비슷합니다. 일정을 준수할 수 있고 품질에 문제가 없으면 긴장감이 높지 않습니다. 일감이 많아 일정준수가 염려되고, 몰랐던 품질이슈가 발생할 때 긴장감은 높아집니다. 반대로 프로젝트 팀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이슈가 심각해도 포기상태가 되어 긴장감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애자일을 제대로 적용하면 몰랐던 프로젝트 이슈가 후반부에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따라서 프로젝트 후반부의 긴장감이나 스트레스의 크기가 폭포수방법론을 적용한 프로젝트보다 작을 것입니다. 물론 애자일 프로젝트에서도 통합테스트나 오픈 시점의 긴장감은 스프린트의 긴장감보다는 높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은 스프린트라는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긴장감을 나누어 소화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긴장감 총량’은 폭포수 방법론과 비슷합니다.
- 업무를 매듭짓는 계기가 됩니다.
조직원들이 집중하는 업무루틴은 대나무의 매듭과도 같습니다. 하나의 업무를 잘 매듭짓고 다음 업무를 매듭짓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직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업무 루틴은 성장의 기회만 제공할 뿐이고 그것을 잘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프로젝트 월간회의를 이해관계자와의 원활한 소통과 이슈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잘못 운영하면 참석자들의 시간만 낭비하는 회의체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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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삼성 SDS에서 30년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슬기로운 PM 생활>을 25년 1월 출간한 소식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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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9일 오후 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