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25살 고졸... 현실적인 진로 조언 부탁드립니다 ㅜㅜ

2023년 03월 19일조회 1,246

안녕하세요. 올해로 25살, 개발 시작 한지는 10년이 넘어가는... 그렇지만 개발 경력은 하루도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ㅜ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일단 두서없이 그냥 나열해볼게요. 어느 정도 제 인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까봐 길게 작성했는데, 너무 길어서 읽기 어렵다면 맨 아래로 가셔서 3줄 요약을 읽어주세요 ㅜㅜ 초등학교 5학년 때 프로그래밍, 개발이라는 걸 처음 접하고 그 이후 꾸준히 독학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C, VB 같은 걸 주로 학습했었는데... 그 이후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건 어지간하면 다 한 것 같아요. 게임 서버도 운영해보고, 웹 서버도 열어보고, 그냥 커리어나 돈 생각 안하고 지금까지 달려왔던 것 같아요. 그냥 제 서버에서 사람들이 재밌게 놀고, 안되면 문제 해결해주고... 마냥 그런게 좋았습니다. 중학교 때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게리모드, 마인크래프트 게임 서버 하나 굴리면서, 거기에 들어갈 애드온이나 플러그인 개발을 하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코드 짜다가 등교하고, 집에 오면 또 서버 들어가서 사람들 잘 있나 보고 뭐 그런 식의 일을 계속 반복한 것 같아요. 저런 것들을 하다보니 정말 언어란 것도 손대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여러 언어를 만져봤어요. 위에서 얘기한 C, VB는 물론이고 Lua, Python, C#, Java, Kotlin, C++... 등 많은 것에도 손을 대봤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어셈블리어까지 서슴치 않고 손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C, C# 정도 말고는 "너 이거 진짜 개 잘해?" 라고 하는 정도의 언어가 있다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개발에 손대고 웹 서핑이나 계속 하면서 정보를 많이 긁어모아서 알고 있는 사실은 많지만, 지금 당장 급한 프로젝트에 앉혀 놓고 개발하라고 하면 저 2개 말고는 조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요새 코딩 테스트 문제 풀이 같은 걸 준비하면서 주력 언어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Kotlin 정도는 많이 익숙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고등학교를 가야 할 때가 됐는데, 제가 공부하는 걸 별로 안 좋아했어요. 사실 부모님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학원에 2~3 시간씩 보내 놓다 보니, 공부를 줄곧 잘했습니다. 적어도 반에서 5등 안에는 들 정도는 되었고, 나름 공부에 재능도 있어서 공부를 정말 안 한 과목도 1~2시간 속독을 하면 상위 30% 안에는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부모님을 설득해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습니다. 당시 제가 중학교 내신이 200점 만점에 181점, 학교에서 보면 거의 상위 15%정도 였음에도, 불 필요한 공부를 하는 건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공학에 관심이 많아서 전기나 전자 쪽도 배워볼 생각이 있었습니다. 졸업할 때 취업 연계로 병역 특례까지 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전기과에 진학을 하게 되었어요. 전기과를 다니면서도 나름 즐거웠습니다. 이런 공학 과목들을 배운다는 게 그리 싫지는 않았고, 또 PLC라는 물건이 있어서 공장 등지에서 제어 목적으로 사용되었거든요. 아직 개발에 대한 꿈도 있어서 MTA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인증 같은 것도 취득했습니다. 그렇게 졸업할 때가 다가오고, 취업 연계로 어떤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컨베이어나 물류 자동화 장치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업체였습니다. 처음에는 배선 업무를 주로 하지만 현장 감각 익히고 2년차 넘어가면 PLC 프로그래밍 업무로 넘어간다는 말만 믿고 일했습니다(실제로 대부분 회사가 그렇게 하거든요). 그런데 3년, 4년이 지나도 프로그램 업무를 안주고, 직책도 올려주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오히려 경계 대상이었던 것 같아요. 회사 고위직 대부분이 고령이었고, 더 똑똑하게 일하는 방법, 업무를 줄이는 방법을 아무리 은근 슬쩍 던져도 듣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마치 당연하게 정해놓은 것 같았어요. "컨베이어 프로그램을 짤 때는 1칸에 30분 정도 걸리는게 정상이야" 라고 말이에요. 프로그램 재사용이란 없었고, 표준화도 없었습니다. 그냥 그때 그때 걸리적 거리는걸 하나씩 수정하는 식이었어요. 답이 없는 회사라는 걸 깨닫고 그냥 의무적으로 4년 5개월을 일하고 병역 특례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병특이 끝남과 함께 당연히 퇴사할 생각이었는데, 제가 퇴사하기 얼마 전에 마침 그 회사의 사장 아들이 서울에 연구소를 차렸다는 사실을 접하고, "저기라면 내가 주도적으로 PLC 프로그램 업무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거기서 또 10개월을 더 일하게 됩니다. 거의 5년차가 되어가지만... 연봉은 3500만원에 계약하고 일했습니다. 근무 시간은 주 52시간(계약서 명시)에 포괄임금, 네... 수당은 10원도 없었습니다. 52시간이라고 하지만 바쁘면 밤 새고 일하고, 진짜 막장일때는 월에 350시간을 근무했습니다. 전기를 아는 사람도 저밖에 없으니까, 문제 생기면 제가 현장으로 차 끌고 가고(당연히 자차), 프로그램하고, 배선도 하고... 그래도 재미는 있었어요. PLC 프로그램을 할 줄 아는 유일한 정직원이었고, 실제로 제가 대부분의 프로그래밍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성과에 따라 더 올려주겠다는 그 말만 믿고 근무했어요. 거기서 제가 또 PC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했었기도 했고 우연히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그걸 접목해서 PLC와 PC간 통신, 그리고 언리얼 엔진을 통해 전체 공장에 대한 PLC 프로그램을 가상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게 됩니다. 확실히 이 과정 덕분에 설비 설치, 안정화 기간이 절반 이상 줄기도 했구요. 연구소 직원들도 저를 많이 인정해줬구요. 사람들도 정말 편했습니다. 그렇게 오래 일하면서도 서로 서로 돕는 분위기가 강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 그렇게 근무를 시키던 와중에 제 지인이 저에게 쓴 소리를 한번 날리더라구요. "너 그거 지금 회사 말 믿는 거야? 그걸 믿고 다닌다고? 내가 너한테 들은 네 회사는 절대 처우 개선을 해 줄 회사가 아니야" 라고... 그리고 지금 같은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다른 수석들은 거의 8000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는 소식도 접했구요. 또한 전기 분야가 메인인 이 회사에서 전기를 할 줄 아는 직원은 저와 이제 전기를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1명이었습니다. 어느 날 회사에 회의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다른 공장이라고 하지만 이전 공장에서 받아온 따가운 시선들과 직장 내 괴롭힘에 가까운 언행들을 제가 잊지 않고 있었거든요. 다만 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이 연구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회의감이 들고 오후 10시나 되어서 집에 돌아오던 12월의 어느 날, 오던 길에 결국 연구소 수석이자 사장 아들에게 통보했습니다. "죄송하지만 12월 말까지만 다니겠다. 솔직히 말은 안했는데 너무 힘들고, 하는 업무량이 너무나도 많다." 사장 아들, 사장님, 연구소의 다른 수석들, 회사를 컨설팅 해주는 업체의 고문님까지 저와 협상하려고 했지만, 결국 결론은 돌고 돌아 처우 개선이 어렵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근무 시간도 줄여줄 수 없고, 휴일 근무한 것에 대체 휴무도 줄 수 없으며, 출장비도 어렵고, 회사 차도 겨우 1대 지원, 연장 근로 수당도 챙겨줄 수 없고, 연봉은 일단 지금 4100정도 맞춰주고, 내년에 5000 정도로 맞춰주겠다. 그 얘기를 듣고 저는 지인의 얘기가 사실임을 직감했습니다. 직원들, 수석들이 아무리 저에게 잘해줘도 회사에서 맞춰줄 수 없다고 하니까 저는 그 길로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아, 지금처럼 전기 업종에 남아있으면 평생 비슷한 근무 조건에서 일할 거라는 사실도 어느 정도 깨달았습니다. 길고도 긴 얘기가 드디어 끝났네요. 위 내용을 3줄 요약하면 아래처럼 될 것 같네요. 1. 특성화고졸 후 병역 특례 받으며 공장에서 5년 일하다보니 25살 백수 2. 재밌어보이는건 다 해봤지만, 채용 담당자들이 봤을 때 딱히 메리트 없을 법한 커리어 및 기술 스택 3. 이제 개발자로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는가? 퇴사 후 지금 실업 급여를 받으며 3개월동안 백수입니다. 그렇게 일하고 군대 해결하고 퇴사하니까 25살이 되었습니다. 지금 보니까 제 수중에 남은 것은 특성화고졸, 경력 없는 신입이라는 사실만 남아있는 것 같아요. 이제 취업 시장을 둘러보니, 꽉 얼어붙은 분위기와 자격요건에 적혀있는 '대졸', '경력' 과 같은 문구들만 눈에 띄더라구요. 물론 3개월동안 마냥 논 건 아닙니다. 컴퓨터공학 학사 취득도 하려고 평생교육원 학사 과정(주말)도 등록했고, 프로그래머스에서 국비로 교육하는 '리눅스 시스템 엔지니어' 데브코스 과정도 등록했습니다. 현실적인 취업시장 저격과 개발자 문화 공부를 위해 Kotlin & Spring Boot 기반의 프로젝트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ㅜㅜ ( https://gitlab.bellsoft.net/Tetrahedrite_ ) 도커, 쿠버네티스와 같은 인프라 아키텍처 강의도 수강하고 있구요... 다만 알고리즘 공부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코딩 테스트도 그렇게 잘 한다고는 못하겠어요. 1단계까지는 정말 무난하게 하지만... 2단계부터는 제한 시간 안에 절반 정도... 푸는 그런 수준입니다. 제 상황에서 현실적인 취업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ㅜㅜ 지금부터 그냥 코딩 테스트, 프로젝트만 죽어라 파서 아예 첫 기업부터 중견 이상의 기업을 노려야 하는지, 아니면 당장이라도 어떤 회사라도 들어가서 빨리 근무를 해야할 지, 그렇다고 한다면 어떤 회사에 들어가서 커리어를 시작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느 정도 회사까지 눈을 넓혀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제 목표는 주 40시간 근무 기준 3500이상을 주는 기업이 목표거든요. 거기에 주 1회라도 재택근무가 있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큰 목표를 잡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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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님의 질문

답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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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파덕님의 프로필 사진

안녕하세요. "언리얼 엔진을 통해 전체 공장에 대한 PLC 프로그램을 가상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게 됩니다." 이거 읽고 대단하신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댁이 어디신지 모르겠지만 수도권에 계신다면 차나 한잔 하시죠. 쪽지 기다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라파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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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호님의 프로필 사진

코딩테스트 죽어라고 파세요. 제 짧은 소견으로는 지금 여기 풀어내신 이야기들을 이력서와 면접 때 잘 풀어내면 분명 좋게 봐주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보통 it회사의 프로세스는 이력서(서류) - 코테 - 기술면접 - 인성면접 정도인데, 질문 내용으로만 보면 이력서와 면접은 충분히 통과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코테에서 막히면 안되니까 코테 열심히 준비하세요. 의외일수도 있는데, 사실 이미 준비된 사람말고도 와서 좀만 삽질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도 꽤 잘 뽑혀요. 신입이나 주니어처럼 경력이 짧은 사람들이라면 발전 가능성을 훨씬 중점으로 보니까요. 분야는 약간 다르지만, 25살 밖에 안됐는데 이만큼 경험 쌓은 사람 흔치 않아요~ 25살 어린 나이만 해도 깡패입니다. 자신감 가지고 준비 잘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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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작성자

2023년 03월 20일

답변 감사드립니다. 코테 준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코테 준비를 하다보니 뭔가 하루 종일 깊게 고민해도 잘 안 풀리는 것들은 풀기가 너무 어려운데, 이런 경우는 답이나 풀이 보고 힌트를 얻어도 괜찮을까요? 아는 유형들은 빠르면 10분컷인데 모르는 유형들은 정말 앉아서 밤새면서 고민해도 안 풀려서 차라리 답이나 풀이 보고 풀이 방식을 참고하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ㅜㅜ

김건호님의 프로필 사진

김건호

네이버 백엔드 개발자2023년 03월 21일

네.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마지노선을 정하면 좋을 거 같아요. 1시간 안에 못풀면 풀이를 본다.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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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작성자

2023년 03월 21일

답변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𝙍𝙞𝙘𝙝𝙖𝙧𝙙 님의 프로필 사진

안녕하세요. 데이터 리차드입니다. 여러 과정들을 스스로 탐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겪으신 질문자분의 경력에 먼저 찬사를 보냅니다. 세상에 의미없는 시간이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방향성을 어떻게 좋은 쪽으로 바꾸냐에 따라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많이 요구합니다. 즉,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에게 얼마나 설득력있게 그리고 잘 설명한 다음 어떤 것을 함께 만들어갈지 서로 논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다양한 경험이 있으신만큼 여러가지 [교육]이나 [기획]쪽으로도 진로를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취업 준비를 목표로 한다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한다음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엮어서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평가를 받고 다양하게 수정과 배포를 반복하세요. 그 과정을 [블로그]나 [기술노트]로 작성해보세요. 그럼 어디에서든 연락이 오게 되어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

.님의 프로필 사진

저는 대학을 졸업하긴했지만 문과였고.. 28살쯔음에 국비로 개발배워서 지금은 거의 17~18년 경력입니다. 늦었다고 생각되겠지만 아직 늦지않았어요. 제가 개발을 시작한것보다 어린 나이잖아요 지금부터 길을 잡고 시작해도 젊은나이입니다. 그리고 주 40시간 근무 기준 3500이상을 주는 기업이 목표?? 아주 낮은 목표입니다. 이정도는 .... 개발자 요즘 개발자 초봉인거같은데..... 기존 경력유지해서 기존 비슷한업무를 해도될것이고 아애 새로운 개발을 제대로 배우셔도될거같습니다. 본인이 말하기를 여러 언어를 안거친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잘하는건 C#정도라고 하셨는데.. 정확하게 무슨 언어를 할건지 정해서 그쪽경력으로 키워나갈때인거같습니다. 저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그 나이면 요즘 공짜로 배울수있는곳도 많고 그렇지않나요? 청년 청년 ...그런 정책들 많던데 ... 당장 취업에 나가고 내가 얼마나 평가받고 있고 그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쯤 그래서 내가 나가야할 방향이 뭐고 뭐를 JOB으로 할건지.. 조금 쉬어가도되지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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