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42 ] ⟪ 감정의 이해 ⟫

📌 이럴 때 추천해요 : "지나치게 주관적인 감정 에세이들로 피로감이 쌓였을 때"


01 . 오늘은 다소 자극적인 추천 이유로 글의 포문을 열었지만 사실 소개하려는 책 자체는 참 다정하고 따스한 책입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일러스트처럼 정말 내 감정을 꺼내서 작은 바구니에 담아놓고 한참을 구경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책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감정의 이해'라는 한국판 제목도 나쁘지 않지만 'A Toolkit for your Emotions'라는 원제의 매력을 그대로 한 번 느껴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 책 표지와 내지의 일러스트들은 저자인 엠마 헵번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02 . 감정이나 마음 다스림, 태도와 심리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시중에 얼마나 많은 관련 서적들이 나와있는지 잘 아실 겁니다. 그중엔 진짜 인생의 관점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놔주는 감사한 책들이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지극히 사적인 경험들로 풀이해놓은 허술한 책들도 존재하죠. 웬만해선 한 번 손에 든 책은 최대한 완독해 보자는 저이지만 그런 류의 책들은 몇 장 읽어보다가 '이 책을 여기서 멈추는 게 내 감정과 태도에 더 긍정적이겠다...' 싶은 고비를 만나고선 쿨하게 내려놓을 때도 많습니다.


03 . ⟪감정의 이해⟫를 쓴 엠마 헵번은 신경심리학자이자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로 영국에서 감정 문제 연구 분야의 뛰어난 권위자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 저명한 명성에도 늘 우리 곁에서 일어나기 쉬운 가장 일반적인 문제들을, 가장 쉬운 언어로 풀어 해석해 주기에 더 사랑받는 학자이기도 하죠. 특히 뇌 속에서 작동하는 '기제'라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일반적인 심리학에서 조금 벗어나 특정한 상황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감정심리학 분야에 집중하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폭발적으로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04 . 때문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감정이라는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다면 내가 나를 대하는 것도 조금은 쉬워진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왜 이런 감정이 나에게 불어닥칠까?'라는 상황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 그대로 각 상황에 맞는 도구 모음(toolkit)이 있는 것처럼 개별적인 감정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체계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05 . 물론 이런 방식에 대해서 '사람 감정이 어떻게 다 똑같고, 그 대응법을 어떻게 일반화할 수 있나?'는 질문이 있을 수 있고, 저 역시 그런 의심을 가지고 책을 접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러나 엠마 헵번이 제시하는 방법들은 '이럴 땐 이렇게 하면 해결된다'의 방식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것을 그저 느끼고 받아들이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재료들을 손수 찾아보고, 직접 이름도 붙여보고, 각 감정을 어떻게 흘려보내고 어떻게 붙잡을지 경로를 설계해 보는 등 상세한 접근법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06 . 그러니 비유하자면 허리 디스크가 있는 사람에게 '이 동작만 알면 다 나을 수 있다'며 과장하는 게 아니라 어떤 습관이 디스크를 유발하는지, 그 습관을 고치려면 무엇을 의식해야 하고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결과적으로 좋은 자세란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책인 거죠. 그래서 저는 이 책의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말랑말랑함 속에서 또 어느 정도 가벼이 여길 수만은 없는 묵직한 메시지들을 발견했다고 생각합니다.


07 . 당연히 이 책으로 우리의 감정 사용서 한 권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한 번 읽어보고 흉내라도 내보기에는 꽤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처럼 뇌피셜 위주의 자가진단 감정 에세이들에 피로감이 가득 쌓인 분들이라면 이 책으로 힐링을 한 번 해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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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1일 오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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