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 불꽃이 샘솟는 책이다.
아이브와 스티브잡스의 팀워크
아이브와 스티브 잡스는 찰떡같은 팀워크로 유명하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알게 되어 매우 흥미로웠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브의 아이디어를 가로채간 이야기, 아이브가 시안을 공유할 때 일부로 허접스러운 것을 끼워서 가져간다는 이야기를 보며 ‘역시 애플도 사람이 함께 일하는 회사긴 하구나.’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리스펙하고 애플의 혁신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 프로답고 멋있었다. 정말 배울 만한 자세다! 아이브가 얼마나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신경을 썼었는지는 다음의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다.
📝
내 아이디어들을 살펴보고는 ‘이건 별로, 이것도 별로, 이건 좋다.’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그것을 발표할 때면 그는 그게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이야기했죠.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도 말이에요. 나는 아이디어의 출처에 대해 극도로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내 아이디어들을 공책에 적어 관리할 정도죠. 그러니 내 디자인이 잡스의 공훈으로 돌아갔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어요. - 윌터 아이작슨과의 대화에서 -
디테일과 단순화에 대한 집착 & 사람의 마음을 향하는 디자인
아이브는 디테일과 단순화에 대한 집착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디자인이 장식 요소로 쓰이는 것을 싫어했다. iMac G4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일단 디스플레이 각도를 조절하고 한 10분 쯤 앉아 있으면 컴퓨터 디자인 따위는 머릿속에서 싹 사라집니다. 디자인이 사용자를 방해하지 않는단 얘깁니다. 우리는 디자인을 여봐란듯이 부각시키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디자인을 최대한 단순화하려고 애쓰지요.”
디자이너가 이 제품을 쓰면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싹 사라진다고 말하는 것은 얼핏 역설적이지만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애플 제품을 쓰다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종종한다. 최근에 아이폰 머리를 서로 맞대서 에어드랍을 할 때 인터랙션이 참 좋았다. 오리지널 매킨토시의 안쪽 걸쇠도 아주 자그만 디테일로부터 감동과 재미를 주는 사례 중 하나라고 한다. 상판이 닫히려고 하는 순간 아래에서 뿅 하고 걸쇠가 나타나는데 이것을 보려고 상판을 열고닫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제리 매넉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까지 극도로 세심하게 가다듬는 것이 결정적 요소이며, 간과하기 쉬운 디테일에 집착 수준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사례로 맥 컬러 클래식의 앞다리 한 쌍이 있다. 본격 생산 직전에 키보드 때문에 디스크를 삽입할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고, 몸체 앞부분을 들어 올리며 코끼리 다리 같은 앞다리 한 쌍을 붙였는데, 그것이 제품의 독특한 개성이 되었다고 한다. 긴급 보완 장치였지만, 오히려 기회가 된 것이다.
⤵️ 디테일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엿보이는 문장
“스티브와 저는 포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저는 뭔가의 포장을 벗기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포장 벗기기를 하나의 의식이 되도록 설계하면 제품을 한층 특별하게 느끼도록 할 수 있죠. 포장은 한 편의 연극이 될 수도 있어요.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단 얘깁니다.”
“사람들은 흔히 소량 생산의 경우에만 모든 디테일에 신경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플에서 우리가 하는 작업의 전형적인 특징 하나는 바로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도 주의를 기울이는 겁니다. 때로는 대량 생산 제품이 아니라 공예품을 만드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러한 과정은 무척 중요합니다.”
무엇에 대한 디테일일까 한다면 그것은 디자인이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닿는가에 대한 것이다. 나는 디자인을 하면서 특정 기능을 이해시키고 편하게 쓰도록 하는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 반성했다. 사람과 제품이 만나는 과정에서의 감정적인 혼합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생각했다.
"아이맥에 관한 토론의 중심은 칩의 속도나 시장 점유율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좀 감상적인 질문들을 던졌지요. "우리는 사람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는가?' 이 제품은 사람들 마음의 어떤 부분에 가닿을 것인가? 같은 질문 말입니다."
아버지 마이크 에게 배웠듯,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고안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첫 단계 는 바로 디자인 스토리를 구상하는 일이었다. "산업 디자이너로서 우리가 하는 일은 더 이상 물건을 디자인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 물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합니다. 또 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 품의 물리적 존재감과 기능에서 생겨나는 의미를 디자인합니다."
컴퓨터에 손잡이를 달거나 몸체를 살짝 기울이는 디테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단순한 사무용품 이상의 무언가를 주었다. 노먼은 몸체가 기울어진 컬러 클래식에 대해 “주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놀아주기를 고대하는 애완동물” 같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디테일에 집착함과 동시에 프로덕트 전반,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눈도 뛰어나다. 아이브를 향해 누군가 (?) 가 이렇게 말했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큰 구도를 좋아하면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허술히 넘어 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전체 생산 공정을 효율적으로 지휘하면서도 나사못 하나의 행방까지 눈여겨 두는 최고의 공장장 같다고나 할까요?"
디테일과 전반의 흐름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능력이 정말 멋있다. T자형 인재가 아니라 다 잘하는 인재.. 괜히 천재가 아니군 생각했다.
(또 멋있는 포인트: 아이브는 담담하고 내향적인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팀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포스톨이나 루빈스타인과의 설전에서도 알 수 있듯 중역 동료들과 싸우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주도권 다툼에도 기꺼이 뛰어들었다고 한다.)
혁신
혁신에 대한 애플과 아이브, 잡스의 관점도 이 책을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아이브는 절충하는 태도가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을 만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의 결단력은 정말 본받을만 한 것 같다. 이렇게 결단 내리고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디자인을 잘하고 자신(+팀)을 믿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니 디자인력을 높이기를 부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브를 비롯한 애플의 새로운 시도는 책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유니바디와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아이팟 뒷면이 있다.
스티브잡스는 항상 “이정도면 될까? 이게 올바른거야?” 라고 묻는다고 한다. 아이브는 “냉소주의를 물리치고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거부하면서 만인에게 찬사를 받을 만한 제품을 만든 것”이 바로 잡스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했다.
📝
애플의 목표는 단연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소 시건방지게 들릴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바로 위대한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고 우리가 가슴 뛰는 흥분을 맛보는 순간은 바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입니다.
애플이 파산 직전에 몰렸을 대, 의미 없는 존재로 몰락할 위기에 처했을 때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마치 죽음을 통해 생명에 대한 많은 교훈을 배우듯이, 생명력 없는 기업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생명력 있는 기업에 대한 많은 교훈을 얻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분명 돈 때문에 파산 직전에 몰렸으면 돈을 버는 일에 주력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품이 충분히 훌륭하지 않다는 점을 간파하고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라고 결심했습니다. 기업을 희생시키기 위한 이전의 시도들과는 극명히 대조되는 접근 방식이었지요.
⤵️ 당장 디자인하러 가고 싶게 만든 문장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오로지 디자인과 제작 뿐입니다. 그게 내가 사랑하는 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그 일을 직접 할 수 있고 빠져들 수도 있다면 거기에 전념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 배운 점
디테일에서 우리 제품을 썩 괜찮은 제품에서 대단한 제품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제약 상황 속에서 기회의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장식적으로, 관습적으로 디자인을 한 부분이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우리의 서비스는 유저에게 어떻게, 어디까지 다가가고 있는가, 유저가 우리의 제품으로 무엇을 느낄까 고민해 보자.
(서로 달라도) 잘 이해하고 존중할 때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 수 있다. 모든 게 다 잘 맞고 갈등이 없는 관계만이 좋은 팀워크를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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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7일 오전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