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벌의 의미

학벌에 관한 대립하는 두 이야기가 있다.

  1. 사회에 나가면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

  2. 학벌에 따른 기회의 차이가 크다는 이야기


내가 볼 땐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들이 전자를 얘기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후자를 얘기한다.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능력으로 정당하게 성취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전자를 얘기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현실의 방어막으로 후자를 얘기한다.

사람이 각자의 환경에 따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이야기를 믿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애매한 학벌을 가진 나는 전자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룬 것은 스스로의 능력 덕이고, 앞으로 사회는 점점 더 능력 중심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학벌이 나에게 불평등한 기회를 최근에 줬다.

5월에 나는 국비 교육 기관을 다니고 있었고, 교육 과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였다.

교육 기관을 통해 고연봉의 안정적인 스타트업이 채용을 열었다.

수많은 학생이 지원했고 서류 통과 후 면접 기회를 얻은 학생은 나를 포함해 2명이었다.

서류 통과 기준은 ‘학벌’이었다.

비록 나는 면접에 떨어졌지만 누군가는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코로나 때 풀었던 돈의 여파로 물가가 오르자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긴축 모드에 돌입했다.

기업은 돈이 부족해졌고, 기업에게 돈은 곧 시간이다.

신입을 키울 시간이 없는 기업은 당장 일할 수 있는 경력자를 찾는다.

간혹 있는 신입 공고는 중소기업인데도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가뿐히 넘는다.

채용에 들일 수 있는 비용은 한정적이기에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을 사용해 1차로 사람을 고른다.

그렇다, 학벌이다.


불과 몇 년 전 돈이 넘치던 시기에는 지원자의 모호한 가능성과 열정만으로 기업으로부터 채용이라는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지원자는 이제 자신의 가능성을 경력, 학벌, 자격증이라는 이름으로 더 확실하게 증명해야 한다.

이 이름들은 다소 고리타분하지만 고전 명작과 같다.

우리는 혼란스러운 문제의 답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엔 고전을 찾는다.

과거의 지혜에서 답을 찾는다.


학벌로 채용하는 것을 오랜 지혜에 비유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이 세상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학벌주의도 가치중립적이다.

우리는 때로는 학벌주의의 혜택을 입고, 때로는 피해를 본다.

그리고 때로는 학벌주의를 행하는 주체가 된다.

그 근간에는 우리의 불안한 마음이 있다.

우리는 문제의 답이 안 보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기댈 학벌과 같은 익숙한 근거를 찾는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4년 7월 14일 오후 2:1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