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넘어서까지 일을 해달라고 요청받는 이의 '경험 디테일'⟫

저는 호텔이 제공하는 경험에 관심이 많습니다. 무인양품이 처음 선전에, 베이징에 그리고 도쿄에 호텔을 오픈했을 때 직접 묵으면서 총지배인을 인터뷰하고 퍼블리에 무지호텔이 제공하는 고객경험에 대한 리포트를 썼던 건 호텔이야말로 의, 식, 주를 총괄하는 경험의 산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호텔의 시작과 끝은 무엇일까요? 홈페이지 첫 랜딩 화면일 수도 있지만 차량 문을 열어주거나, 짐을 받아주는 등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네는 도어맨일 수 있습니다.


47년 동안 같은 일을 하면서 정년을 훌쩍 넘은 나이에 처음 일했던 회사로부터 "다시 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는 삼고초려를 받는 이의 일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1977년 입사해 매일 500번 이상, 많을 때는 1,000번씩 남녀노소 불문하고 고개를 숙이며 호텔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 고객경험 전문가, 도어맨 권문현 지배인 이야기입니다.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하고 단골 차량 번호를 외우며 신문을 통해 인물, 동정란을 확인합니다. 2013년 60세로 정년퇴직 이후 콘래드에 스카우트되어 10년간 일 한 후 조선호텔의 간곡한 요청으로 23년 7월, 다시 조선호텔 도어맨으로 돌아왔죠. 조선호텔 측은 “나이를 불문하고 도어맨을 비롯한 호텔리어에게 프로 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며 “권 씨를 찾는 VIP도 있어 말 그대로 삼고초려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1️⃣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호텔 입구에 서서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합니다. 호텔엔 오전 5시30분까지 도착합니다. 47년 동안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어요. 출근하면 그날 어떤 VIP가 호텔에 오는지, 행사가 있을 경우 인원과 동선도 확인합니다. 퇴근할 때까지 점심시간 30분을 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죠. 손님 차 문을 여닫고, 안내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짐을 옮겨달라거나, 택시를 불러달라거나, 약을 사달라거나 손님이 원하는 건 되도록 해드립니다.


2️⃣ 2013년 60세로 정년퇴직한 뒤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 스카우트돼 10년간 일했습니다. 조선호텔의 간곡한 요청으로 지난해 7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고요. ‘70세 정년 연장의 꿈’을 이룬 비결이 궁금합니다.


서비스는 디테일(detail)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온 손님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수증을 받기까지 몇 초가 걸리는 만큼 속으로 ‘하나, 둘, 셋’ 센 뒤 문을 엽니다.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도 마찬가지로 차 문을 천천히 열고요. 단골은 한 발 더 들어갑니다. 차에서 내릴 때마다 벗었던 신발을 갈아 신는 습관이 있는 손님도 민망하지 않도록 차 문을 늦게 엽니다. 많이 챙겨주기를 바라는 손님에겐 고개를 45도 숙이고, 부담스러워하는 손님에겐 고개를 15도 숙일 정도로 신경 씁니다. 즐겨 찾는 동선이 있을 땐 먼저 안내하기도 하고요. 어느 서비스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도어맨에게 요구하는 디테일은 그런 것 아닐까요.


3️⃣ 도어맨이 손님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손님이 도어맨을 알아보네요. 다른 도어맨과 차이를 가른 당신만의 디테일은 무엇입니까.


사람은 누구나 알아주길 바랍니다. 특급호텔을 자주 찾는 고객이라면 더 그렇죠. 도어맨은 사람보다 차량부터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단골 이름과 차량 번호, 성향을 함께 기록해 놓는 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개인 차량 번호도 기억합니다. 체어맨 ‘4672’. 많을 때는 350개까지 외웠습니다. 외교관 차량은 국기까지 외우죠.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부터 읽습니다. 인물·동정란은 꼭 읽고, 중요한 내용을 스크랩합니다. 특급호텔엔 아무래도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등 VIP가 많이 오니까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고객에게 “사장님”이라고 정확하게 불러드리면 아무래도 기분 좋지 않겠습니까.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74309

회장님 왔는데 "차 문 열지 마"...47년 '전설의 도어맨' 비결 [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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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0일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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