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지적의 황금비율은 5:1입니다.” ‘그게 가능해?’라고 되묻는 교육생들의 눈빛을 읽었는지 강사는 급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요.” 얼마 전 사내 리더십 교육에서 ‘5:1’의 비율을 처음 접했다.


팀원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1번 하면 긍정적인 피드백은 5번을 해야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인데, 들으면 들을수록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여서 헛웃음이 나왔다. 지적질은 시도 때도 없이 툭툭 잘하면서 칭찬은 할 줄 모르는 나로서는 ‘인간 개조’ 수준의 노력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덕목이라고 느껴졌다.


입사 초기이던 이십여 년 전, 나는 ‘부장이 되기 전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다짐했었다. 세월이 흘러 내가 그들처럼 되어버리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당시에 훌륭한 부장도 많았지만, 내 눈에 상당수 부장들은 ‘자기 잘난 맛’에 취해 있었다. 팀원들과의 소통은 자기 할 말만 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까라면 까는‘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요구한 리더십이란 게 어쩌면 딱 그 수준이었을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커녕 작은 실수도 가차 없이 깨지는 리더십. ’깨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현장을 누볐던 나는, 일은 좋았지만 조직은 싫었다. 그 때문에 여러 부장을 포함해 많은 선배로부터 넘치게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머릿속엔 ‘사표’를 담고 다녔다.


그러나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부장’ 역할을 만 4년이 다 되도록 하고 있다. 변심의 계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확실한 건 이십여 년 전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는 사실. 그 시절 그 부장과 지금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종종 알아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칭찬은 아끼고, 팀원들의 의견은 흘려듣는다. 바쁜 척은 혼자 다 하되 시급한 결정은 미루고 또 미루는 우유부단함, 성과는 중시하면서 업무 환경 개선엔 소극적인 이중성 또한 그 시절 그 부장과 꼭 닮았다. 실패가 두려워 어려운 일은 피해가는 비겁한 완벽주의 성향까지, 바람직한 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그런 부장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후하게 평가하는 ‘긍정 편향’을 지녔지만, 드물게는 자신에게 매우 엄격한 이들도 있다. 혹시 내가 그런 엄격한 성향이 아닐까? 몇몇 팀원들 앞에서 5:1 원칙을 꺼내면서 스스로를 자아비판 해봤다. 격한 부정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끄덕끄덕’,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사실 예견된 반응이긴 하다. 우리 부서는 업무 특성상 메신저 앱을 통해 새로 만든 콘텐츠를 교차 점검하고 수정 사항을 전달하는데, 그 과정에서 늘 칭찬이 난무한다. 매우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댓글과 함께 각종 응원 이모티콘도 날아다닌다. 그런데도 칭찬을 하지 않는 유일한 구성원은 부장인 나 뿐이다.


“나는 성격상 무턱대고 칭찬하는 게 너무 힘들어”라고 둘러대면, 팀원들은 “그래도 하셔야 해요. 저희도 진짜 완벽해서 칭찬하는 게 아녜요. 서로에게 건네는 칭찬이 우리 원동력이잖아요”라고 한다.


어른스러운 칭찬 철학 앞에서 한 차례 숙연해지고 나니, “모든 직원의 리스크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부장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여요”라며 달랜다.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들은 부장의 부족한 리더십을 뒤에서 욕하기보다 다듬어가고 있다. 이십여 년 전의 나와는 다르게…

[뉴스룸에서] 어느 하찮은 리더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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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어느 하찮은 리더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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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7일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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