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때 추천해요 : "개인적인 불안과 사회적인 불안의 근원을 알고 싶을 때"
01 . 개인적으로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참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꽤 오랫동안 좋아해왔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그의 글을 접하기 시작해 신작이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에디션을 소장했고 결국 각종 인터뷰나 짧은 에세이 등도 직접 찾아보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02 . 물론 그의 글이 아주 쉽게 읽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책들은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 앞뒤 문장을 한없이 헤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거든요. 분명 물리적으로는 문장과 문장을 훑으며 내려온 것 같은데 머릿속에는 제대로 스며들지 않은 문구들이 읽는 사람들을 종종 괴롭힌다는 건 알랭 드 보통의 독자들은 모두가 은연중에 공감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03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정말 변태스러울 정도로 인간의 생각법을 집요하게 파헤친다는 데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집요함의 끝에는 '불안'이라고 하는 우리의 가장 은밀하고 본연적인 고민이 녹아있죠. (심지어 제가 알랭 드 보통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도 바로 '불안'입니다.)
그렇게 거의 모든 작품에 걸쳐 인간의 불안을 이야기하던 그가 이번에는 ⟪현대 사회 생존법⟫이라는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인간이 필연적으로 불안한 존재라면, 그리고 그 존재들이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회가 크고 작은 질병으로 가득한 공간이라면 우리는 어떤 위안을 받고 살 수 있는가를 고찰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04 . 다행히(?) 이 책은 알랭 드 보통이 진행하는 인생학교 프로그램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 그의 개인적인 책들보다는 훨씬 읽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그 깊이는 또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게 퍽 긍정적으로 다가온 포인트였고요. 무엇보다 저를 사로잡은 지점은 지금의 시대에서 단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지나치게 몰두한다거나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공포스러울 정도로 터부시하며 '불안'과 '위안'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습니다.
05 . 오히려 말 그대로 '현대 사회'라 부를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면서부터 불거진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게 우리를 어떻게 불안에 떨게 하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죠. 그 주제에는 물질주의, 민주주의, 개인주의 같은 큰 주제도 있지만 가족, 사랑, 성, 일처럼 우리 삶에 딱 붙어있는 주제들도 있습니다. 그 간격을 자유롭게 오가며 크고 작은 이야기를 잘 이어나가는 데서 진짜 알랭 드 보통의 진가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06 .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는 알지만 쉽사리 그의 작품을 완독하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굳이 어려운 책 붙들고 있는 것보다 이런 책으로 저자의 생각을 미리 만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현대 사회 생존법⟫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을 읽고 싶어졌거든요. 이제 그가 왜 그 책에서, 그 대목에서, 굳이 그렇게 표현했는지를 미세하게나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오히려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07 . 그러니 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 자체가 궁금한 사람에게도, 그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 자체가 궁금한 사람에게도 모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제대로 된 위안을 받았다거나, 위안의 방법을 터득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가 왜 불안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그 실마리는 또 하나 획득한 기분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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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6일 오전 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