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의 NBA다이브] 슈퍼팀 뛰어넘은 마인드셋, “0승 0패 마인드”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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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시즌 서부 컨퍼런스 1위 팀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다. 57승 25패를 기록했다. 매 시즌 비약적인 성적 상승이 돋보이는 팀이다. 두 시즌 전에는 24승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에는 40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57승을 수확했다. 매 시즌 16~17승씩을 더하는 믿기 힘든 성장이다.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는 오클라호마시티의 비결은 여럿 있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선수들의 훌륭한 마인드셋이다. 그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경기에 접근한다. 이같은 방식에 처음에는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었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최고의 성적으로 증명해내며 경기 접근 방식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0-0” 리그 최연소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정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매 경기 후 최소 한 명의 선수는 이를 언급한다. 20대 초중반인 선수들은 저마다 세뇌라도 된 듯 “0-0”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0-0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언제나 0-0이다” 등.
0-0 마인드셋이란, 시즌 전적 0승 0패. 스코어 0-0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임하는 마인드셋이다. 시즌 첫 경기에서는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최종 순위가 꼴찌가 될 팀도 첫 경기에서는 미래를 모른채 모든 것을 쏟는다. 경기 시작할 때 점수는 언제나 0:0이다.
오클라호마시티의 0-0은 대충 이런 컨셉이다. ’늘 0-0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 너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NBA 감독들과 아예 다른 접근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NBA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 감독들의 코칭에는 선후관계 개념이 필수였다. “5연승 중이니 자신감을 갖자”, “연패중이니 경계심을 갖고 노력하자”, “선수단 분위기가 우울하니 끌어올리자” 이런 얘기들을 부정하는 접근이다.
사령탑 마크 데그널트 감독이 강조한 마인드는 5연승 중이든 10연패 중이든 미래 일은 모르고 과거 일에 대해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냥 앞에 놓인 것 열심히 하자는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독특한 방식으로 훈련한다. 그들이 설정한 본질(명확하고 날카로운 사고, 강력함)에만 집중하고, 당장 앞에 놓인 과제를 보고 완수하는데 집중한다.
보통은 승리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갖는 것을 강조한다. 패배에서는 각성을 요구받기는 한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그런 것이 없다. 챗 홈그렌은 “대승은 대승이고, 우리는 다음 경기에만 집중할 뿐이다”라며 팀의 마인드를 소개한 바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오클라호마시티가 가장 강조한 것은 0-0 마인드셋. 0승 0패, 스코어 0-0 마인드로 모든 것을 임하는 것이다. 이 마인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은 구단 영구결번자이자 현재 특별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는 닉 콜리슨이다. 콜리슨은 2010 NBA 레이오프서 큰 교훈을 얻었다.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를 상대로 원정에서 2연패를 당한 뒤에 홈 2연전을 싹쓸이하면서 분위기를 완전 갖고오는데 성공했다. 선수단 모두 최고조의 분위기를 달릴 시점, 팀은 대패하면서 2연전을 내줬다. 그가 그때 얻은 교훈. “Happy teams get their xxx kicked. (행복한 팀은 얻어맞는다)“
데그널트 감독은 이를 순화해서, “Happy teams lose” (행복한 팀은 반드시 패배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게 전달했다. 당연히 그 역도 성립한다. 패배 시 슬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저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
“이겼으니 자신감 가져!” “졌으니 더 열심히하자!” 이같은 접근을 완전히 부정하는 오클라호마시티의 0-0 마인드셋. 그들은 이기든 지든 똑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을 것이다. 날카로운 마인드를 갖고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 이같은 마인드는 다소 추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실체는 너무나도 구체적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올 시즌 리그 30개 팀중에서 가장 많은 ‘10점차 이상 역전승’을 만든 팀이다. 무려 17경기에서 10점차 이상 역전승을 거뒀다. 그들이 거둔 승리 중 48승이 역전승이었고, 그중 14번은 4쿼터 역전이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역전의 명수, 모든 지도자가 꿈꾸는 끈기있는 팀이다.
이렇게 잘 따라붙고 패배하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과정에 대한 박수를 받는다. 이렇게 훌륭하게 따라붙는 팀은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감독의 엄청난 동기부여 연설? 주장의 혹독한 질책? 그렇지 않다. 아이재아 조는 대역전극 이후 “점수는 조작할 수 없다. 결국 0-0이다. 0-0이라고 생각하고 매 공격권 임했다”고 밝혔다.
지고 있다고 각성하는 것도 없다.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것도 없다. 경기 처음처럼 힘차게 침착하게 매 공격권만 신경쓸 뿐이다. 그 결과 압도적인 역전승률이 만들어졌다.
지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긴 연패에 빠지는 것이다. 한 번 수렁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패배해도 다음 경기를 0-0 마인드셋으로 임했다. 오히려 직전 경기의 패배를 의식하면서 각성하는 것보다 0-0이라고 생각할 때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여줬다.
정말 어린 팀인데, 마인드는 백전노장을 넘어서 통달한 자들같다. 동양철학의 개념들도 더러 보인다. 맑은 정신, 본질(날카로운 생각, 강력함)에만 집중하는 것. 농구에 해탈(?)한 이들이 내린 마인드셋이다. 결국 모든 것은 0-0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미래는 모르고, 할 수 있는 것들만 집중한다.
오클라호마시티 선수단은 또 0-0 멘탈리티로 경기에 접근할 것이다. 시리즈는 0-0이고, 경기 중반에도 점수가 0-0이라고 생각하면서 매 공격권에 임할 것이다. 그들이 패배한다면 이제는 방심 보다는 컨디션 혹은 기량 차이에 의한 것일 거라고 추측된다. 그만큼 오클라호마시티의 마인드셋은 훌륭하다.
NBA뿐만 아니라 어떤 스포츠에서도 0-0을 이만큼 강조한 팀은 없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0-0 마인드셋이 플레이오프에서는 얼마나 통할지 궁금해진다. 일단 정규시즌에서는 대성공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오래 생존한다면 0-0 마인드셋을 도입하는 팀들이 여럿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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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3일 오후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