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위로하고 사랑해요



결혼 후 10년 동안 한남동에 살면서 겪은 불편함이란 동네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의 소아과가 없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씽씽카 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없다? 이 정도로 소소한 수준이었습니다.


대통령께서 인사동에 있는 넓은 집을 마다하고 한남동 한남 초등학교 뒤편에 아담한 집으로 이사 온다고 했을 때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거 참 특이하시네’ 이 정도 생각이었습니다. 정치에 관심 없고 누구 편으로 나뉘어 생각하는 건 더 관심 없는 사람으로 먹고살기 바쁜데 대통령의 관저는 관심 저 밖의 일이었습니다.


요즘 한남동이 시끄럽습니다. 시끄러운 정도가 무섭게 난리가 났습니다. 한남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다행히 방학을 해서 그 무서운 공간을 지나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방학 기간 내에는 제발 지금의 시끄러운 소동이 마무리되길 기도합니다.


어제는 을지로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하원 시키러 갔습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모셔오기 위해 차를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한남동에서 을지로로 가는 길이 꽉 막혔습니다. 대통령 관저를 둘러싸고 난리가 났기 때문입니다. 차가 막히는 도로 위에 정체된 상태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으로 길을 돌고 돌아 을지로를 오고 갔습니다. 한남동에서 을지로까지 직선거리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우회하여 30분 이상 걸렸습니다.


정치에 관심 없습니다. 편을 가르고 싸우는 건 질색입니다.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서로 욕을 하는 모습을 보며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많이 슬펐습니다. 이렇게 싸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싸움으로 얻고 싶은 것이 있는 걸까


이럴 때일수록 더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면 좋겠습니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우리가 속한 모든 공동체에서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린 참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는 데 인색하다고 느낍니다. 가정에서 부부끼리 애정을 표현하는 건 닭살 돋는 일이라며 우스갯소리로 거부하며, 직장에서 사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실례라고 치부하며, 어떤 모임이든 모적만 이루고 헤어지는 것이 실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이렇게 사는 것이 좋고 맞다고 동의하시나요?


사랑과 위로는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아파트에서 일을 하시는 분 중에서 아침에 만나면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하는 어른이 계십니다. 그런 인사를 받으면 마음에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딸에게 젤리를 사주면 아빠를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젤리가 좋아서 든 우발적 감정일 수도 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말 한마디,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사랑과 위로의 표현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 저는 백 번이고 말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비록 저도 지독하게 개인적인 인간이지만 이토록 차갑고 냉정한 시대를 사는 것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그러나 한탄하고 싶지만은 않습니다. 작게 실천해서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손난로가 지구를 덥히지 못하겠지만, 어딘가 일부분이라도 녹일 수 있다면 구멍 난 얼음장에 또 다른 훈풍이 불어 들어올 거라고 믿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삽시다. 남은 인생 동안 그렇게 살기로 작정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사는 인생 뜨겁게 사랑하며 행복하게 위로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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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3일 오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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