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성장’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전쟁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해주는 나라로 초고속 성장을 했다. 고속 성장의 배경은 ‘우리 민족 특유의 근면성’이 자본주의와 첨단기술을 만나 ‘빨리빨리’의 속도 중심의 철학을 통해 가난을 탈출하자는 공감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 시대. 직장인에게 우리 윗세대가 살았던 나름의 성공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생존과 성장은 어렵다. 무조건 ‘열심히’ 또는 ‘빨리’ 보다는 잃어버린 ‘방향’을 되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 생산 및 소비 가능 인구의 감소로, 전체 총생산은 점차 하락세로 접어들게 된다. 과거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같은 생산성을 가지지 못하며, 자연스레 효율성 또한 점차 하락세로 접어든다.


만들어도 소비할 시장이 없으니 기업들은 모험을 통해 기회를 잡을만한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잘 만들었던 시대’에서 ‘많이 만드는 시대’로, 다시 ‘많이 만들어 잘 팔던 시대’에서, 이제 ‘팔리는 것만 만들어야 하는 시대’로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성장을 기대할 수도,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다시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노력 중이다. 소위 믿을 만한 구석을 너무 믿어버린 나머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만한 빈 구석을 만들어놓을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1️⃣방향 없는 속도전의 결과물

미국과 유럽이 4~500년 동안 이뤄낸 걸 우리는 4~50여 년 만에 일궜다. 기적을 만들었다.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그 비결을 배우려고 했고, 심지어 ‘새마을 운동’이 수출되는 이상한 현상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유례 없는 기이한 성장을 경험했다. 전쟁 이후에는 재건이 필요했고, 재건 이후에는 큰 투자 없이 가능한 인력 중심 제조 산업 구조가 들어섰고, 그러다 사람이 점차 기계로 대체되는 경험을, 그렇게 남은 잉여 노동력이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개선과 개혁이 단기간에 이루어졌다.


2️⃣벗어나지 못한 제조업자 마인드(생산자 마인드)

그러다 보니 수십 년 동안 ‘만드는 행위’에 집중했다. 전쟁 복구 과정 속에서 발전한 제조 및 생산 중심의 사고방식은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수출하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이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많이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현재는 장치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의 시스템 또는 규모에 대한 것이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잘 만들어야 팔 수 있다”는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늘 기능적(Functional)인 부분만 이야기하다 보니, Good과 Well 그리고 Fashionate, Remarkable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3️⃣‘경쟁’에만 최적화된 시스템이 만든 양적 성장

경쟁자와의 비교는 필연적이었다. 시장 내 생존은 경쟁자와 비교한 우리의 ‘기능적 우위’를 뜻했다. 그렇게 우리는 경쟁의 의미를 내 안에서부터의 ‘다름’에서 찾기보다, 누군가 걸어갔던 안정되고 정해진 방향에서 남들과 비교하여 우위를 점하는 속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크고, 길고, 무겁고, 많고 하는 등 비교하기 쉬운 지표들에 집착하며, 과도한 경쟁의 굴레에 스스로 뛰어들었고, 이를 조직에서 끊임없이 강요받은 개인의 삶 또는 기업의 비즈니스는 ‘여유’와 ‘차별화’를 잃으며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위의 3가지 요인 때문에 리더들은 무언가를 만들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인식했다. 그래서 과거 대통령들의 공약이 ‘무엇을 만드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나 싶다. 늘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일부의 소수만 필요한 것임에도 국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압축성장을 통해 속도에 민감한 민족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늘 남과 나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자기만족을 얻는 등, 조직보단 나를 우선시하지만, 그 안에 들어간 이후에는 나보다는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 인한 결과를 5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아래의 5가지 결과는 앞으로 닥칠 ‘저성장 국면’에서 우리네 직장인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다.


1️⃣리더십의 부재: 보스를 리더로 믿는 착각

2️⃣효과보다 효율에 집착: 생각보다 행동이 강조된 문화

3️⃣획일화된 교육: 산업 역군을 만들기 위한 교육의 몰개성화

4️⃣시장 성숙도 부재: 빠른 성장은 다양성의 부족을 낳고, 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감소시킴

5️⃣물질만능주의: 돈이 최고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자본주의의 폐해


이런 어지러운 세상에서 ‘개인이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없지만, 방향은 있다. 우리 윗세대가 살았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다가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말이다. 이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나아갈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1️⃣남과 다른 생각과 관점을 통해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 기존에 하던 방식을 계속 고수해 자신의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2️⃣지식근로자다운 생각과 실천, 습관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농업 및 공업적 근면성은 미래 시대의 최우선 덕목이 아니다. 지식근로자에게 어울리는 전문성, 태도와 철학이 필요하다.


3️⃣혼자 하지 않고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늘 해왔던 ‘타인과의 비교’에 의한 성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는 단순 비교는 독이 될 수 있다.


4️⃣방향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야한다. 확고한 가치관을 다지는 것으로 시작해 타인의 영향력에서 최대한 벗어나 자기중심을 잡는 노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5️⃣지금 제대로 가고 있다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저성장 시대는 나만 빨리 커져서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함께 난관을 타계하고 여러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생각과 체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저성장 시대에는 함께 살기 위한 New Culture가 필요하다.

우리는 느리게 성장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ㅍㅍ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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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20일 오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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