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때 추천해요 : "새해, 철학책 한 권 읽으며 시작하고 싶을 때 - ④"
01 . 아무리 명작이라고 해도 제목을 듣는 즉시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나마 영화라면 어느 정도 감내하고 볼 수 있지만 책이라면 또 문제가 달라지죠. 그래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제목은 수없이 많이 들어봤지만 단 한 장도 읽지 않고 흘려보내는 책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대표적으로 동양의 논어, 서양의 순수이성비판 등이 그렇죠.
그리고 오늘 (그보다는 조금 약하지만 여전히 다가가기는 어려운) 또 한 권의 책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02 . ⟪소유나 존재냐⟫. 이 제목은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사회심리학자이기도 한 '에리히 프롬'의 대표작이죠. 특히 요즘처럼 심리학과 뇌과학이 주목받는 시대라면 TV 방송 중에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고 관련한 유튜브 영상에서도 에리히 프롬은 끊임없이 언급되는 존재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그에 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대표적인 저서 두 권의 제목 정도는 알게 되죠. ⟪사랑의 기술⟫과 ⟪소유나 존재냐⟫가 바로 그것입니다.
03 . 흔히 에리히 프롬에 대한 접근(?)을 ⟪사랑의 기술⟫로 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타고난 본성과 감정에 기인하는 게 아니라 활동이자 기술이며 이는 반드시 학습되어야 하고 학습해야 한다가 그 주요 골자인 책이죠. 심리학 책임에도 비교적 난해한 문구가 없고 무엇보다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인 사랑을 주제로 한다는 측면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대중적으로 폭넓은 인기를 끄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 할 수 있죠.
04 . 하지만 에리히 프롬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은 ⟪소유나 존재냐⟫라는 것이 정설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과 뇌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소유나 존재냐⟫를 먼저 읽고 다른 여러 책들을 접해보라고 권유를 한다죠. 그럼 약 수십 년 전, 근대와 현대의 경계가 여전히 모호하던 그 시절의 사람들이 어떻게 인간이란 객체를 바라보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그 시각의 어떤 부분들이 여전히 현대 사회에 유의미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05 . ⟪소유나 존재냐⟫는 결국 인간의 두 가지 실존 양식인 소유(to have)와 실존 (to be)에 관해 고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소유라는 것이 마냥 나쁘고 실존이라는 것이 마냥 좋다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방향에 관해 인간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그리고 본질적으로 이 두 가지의 끝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를 인간 사회의 모습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죠.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다음은 한동안 어떤 대상을 대하든 이것이 소유인지 실존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합니다.
06 . 물론 책이 아주 쉽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저도 이 책을 처음 읽고서 '100년 전 쯤 썼을 테니.. 뭐 지금 읽는 사람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세상에.. 에리히 프롬이 이 책을 1976년에 썼더라고요... 박경리 선생님께서 ⟪토지⟫ 집필을 시작하시고도 7년이나 지난 뒤 이 책이 나온 겁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쉽게 써주지 뭘 이렇게 어렵게 써놓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07 . 하지만 그럼에도 읽지 못할 수준은 아니며, 초반부를 조금만 잘 버티면 중반을 넘어서는 의외로 술술 읽히기 시작하고, 그마저도 못하겠다면 나무위키를 포함한 사전 데이터를 조금만 확보하고 읽어보시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도 언젠가 한 번은 읽어야지라고 생각하다가 수차례 실패한 책이 이 책이었습니다. 대학 때도 실패했고, 사회 초년생 때도 실패했죠. 그러다가 코로나 시즌에 한 번 읽고선 신선한 충격을 받아 재작년 재차 2회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 (꼭 지금이 아니어도 물론 괜찮지만) 혹시라도 한 번쯤 에리히 프롬의 책이 궁금했던 분이라면 이때가 적기일지도 모릅니다. 새해를 맞아 새 책을 고르는 지금, ⟪소유나 존재냐⟫가 여러분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전해줄 수도 있으니까요, 이참에 한 번 그의 저서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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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31일 오후 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