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의 너에게 가는 길]다정함이란 거래가 아닌 삶의 태도
경향신문
최근 ‘다정함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강의를 많이 다니게 됐다. 얼마 전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라는 책을 쓰고서는 더 그렇다. 강의가 끝난 후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우리가 왜 다정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손해를 본다’ ‘오해를 산다’ 등의 말도 함께다.
사실 그게 맞다. 다정하게 사는 건 끊임없이 소진되는 일이기도 하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좀 다정하게 살아볼까 다짐하지만 곧 포기하고는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다정은 쉽게 소진되고 상처받는다. 그러나 요즘 필자는 다정함으로 인해 상처받는 일이 많이 줄었다. 언제부터인가 하면, 기대하지 않고부터다.
우리는 다정함을 행하며 타인에 대한 기대부터 시작한다. '내가 이렇게 해주었으니까 이만큼은 돌려주겠지’, ‘내가 이렇게 희생하고 있는데 이 정도는 따라와 주겠지’…그러나 안타깝게도 타인이 나의 기대만큼 다가오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실망하고 멀어지고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다정한 선택을 하는 우리에게는 다음과 같은 마음이 필요하다. "내가 이러한 선택을 하는 건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야. 이것이 내가 옳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와 방식이니까 나의 평안함을 위해 하는 일이야. 네가 아니라 다른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나는 똑같이 했을 거야. 그러니까 너는 나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아."
작년에 필자의 여덟 살 아이가 우울해했던 일이 있다. 친구에게 5,000원짜리 선물을 주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누구냐’, ‘그런 아이와 놀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해주고도 싶었다. 아마도 몇년 전의 나였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선물했을 때의 너의 마음이 어떠했느냐고. 그는 친구가 좋아해서 자신도 좋았다고 답했다. 내가 원한 답이었다. 그래서 아이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00아, 선물을 한 이유가 그 친구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어? 아니면 돌려받고 싶어서였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럼 그건 00이가 착한 일을 한 거야. 그런데 돌려받고 싶어서 선물한 거면 그건 착한 일이 아니라 거래를 하려 한거고. 00이가 하고 싶었던 건 뭐야?” “착한 일이었어.”
”그럼 그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으니까 보상을 다 받은 거지?” 아이는 그렇다고 말하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래도 선물은 받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래서 함께 웃었다.
언젠가 모 기업에 강의를 갔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다. “다정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최근의 일로 더 어려워졌다. 휴게소에서 할아버지가 밥을 사줄 수 있느냐고 물어서 그러겠다고 했더니, 자신이 갖고 다니는 홍삼을 사 달라고 했다.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사드렸는데 그게 홍삼 영업인 걸 나중에 알았다. 더 이상은 다정하게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나?“
나는 그에게 앞으로도 다정하게 살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건 당신이 오랫동안 소중히 지켜온 삶의 가치이자 태도일텐데, 내 삶에 아무 의미 없는 사람 때문에 저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상은 홍삼을 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사는 사람으로 인해 변화해간다. 당신과 같은 다정함을 가진 사람들이 회사도 잘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제 홍삼을 그런 방식으로는 사지 않으셔야겠다. 다정함도 정확하고 성실해야 한다.“
친구에게 선물을 하는 여덟 살 아이의 마음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처음 본 할아버지에게 홍삼을 사는 어른의 마음도, 결국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행한 다정함으로 인해 타인도 나도 행복해지는 일.
그러나 선한 일이라고 해도 타인을 마음의 중심을 두면 그의 반응에 따라 나의 삶이 망가진다. ‘왜 내가 준 금액만큼 선물을 돌려주지 않지’ ‘왜 나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고 하지.’ 그러나 자신을 마음의 중심을 두면 타인의 반응과 관계없이 나의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왜 다정하게 살아야 하는가. 다정함이란 돌려받기 위한 거래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상의 태도다. 필자 역시 늘 작게 행하면서 크게 기대하기 때문에 부끄럽지만, 그래도 새해에는 조금 더 다정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겠다.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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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7일 오후 1:15
디테일하게 일을 만들어
숫자로 말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한동안 ‘당신의 아이디어는 이미 다른 누군가도 가지고 있다’,
‘광범위하게 리서치하고 송곳처럼 개발하라’는 말이 정석처럼 받아들여졌어요. '린스타트업'이라 불리는 방법론의 일환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