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P



취업이나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회사가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매력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지표가 있습니다. Employee Value Proposition이라고 하는 지표입니다. 영어를 한글로 직역하면 ‘직원 가치 제안’으로 기업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포괄적인 가치를 의미합니다.

제가 경험한 EVP 지표 조사는 크게 4가지 항목을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상, 성장 가능성, 조직문화, 복지 이상 4가지 항목입니다. 이와 같은 4가지 항목을 각각 더 잘게 쪼개어 약 40개 이상의 문항으로 설문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설문을 받는 대상은 IT 플랫폼 기업에 근무 중인 직장인 약 500명이었습니다.


다른 기업과 상대적인 EVP 지표가 궁금하여 약 30개 기업을 선정하여 해당 기업에 대한 보상, 성장 가능성, 조직문화, 복지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제가 근무하고 있던 곳과 객관적인 비교 우위를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산업 군에서 회사 경쟁력을 순위로 알고 싶다는 회사 주인의 의지였습니다. 


EVP 비교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직관적으로 제가 근무하고 있던 기업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훌륭한 기업은 EVP 설문 결과가 당연히 높게 나올 것이고, 반대로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 잘 갖춰지지 않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EVP 설문 결과가 낮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 적절히 믹스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던 것입니다.


총 30개 비교 대상 중 20개는 브랜드 인지도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으로 선정하고, 나머지 10개는 우리가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했습니다. 역시 사람들 생각은 거기서 거기인가 봅니다. 이런 결과를 보면 때론 데이터를 공들여 분석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 우리 회사 EVP 지표를 피드백 받아 보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설문을 만든 사람이나 응답한 사람이나 비교 대상 30개 회사 중 1-2개 기업을 제외하고 직접 근무해 본 경험이 있은 것은 아닌데, 더 좋아 보이고 덜 좋아 보이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인식이 무섭고 쓸쓸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마케팅의 힘이 강력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회사에 근무했던 사람과 지금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목소리의 힘이 얼마나 멀리 크게 전파가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간접이든 직접이든 경험이 브랜드를 만들어 냅니다.


EVP는 경험이 만들어낸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 대해서 소문을 들어본 사람들과 회사에서 근무하며 경험한 것을 피드백하는 사람들이 평가한 지표입니다. 보상, 성장 가능성, 조직문화, 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숫자로 확인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4가지 항목을 평가한 500명의 사람들 중 대부분은 보상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다음은 성장 가능성이 중요했고, 조직문화와 복지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직군에 따라서 약간 다른 점은 엔지니어 직군은 보상이 성장 가능성보다 훨씬 중요했고, 사업과 운영 분야 직군은 성장 가능성을 보상보다 근소한 차이로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떤 가치를 다른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의 가치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어떤 배경에서 자리 잡게 되었는지 모두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을 받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라면 500명의 생각이 그 이상의 숫자를 어느 정도 대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섣부른 추측을 해봅니다.


아직 재정적으로 여유를 갖고 있지 못한 스타트업이 보상이나 복지와 같은 물리적인 혜택을 인재에게 제공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재를 영입할 때, 무기로 장착해야 하는 것이 성장 가능성과 조직문화에 대한 내용일 것입니다. 현재에 제공 가능한 것보다 미래에 줄 수 있는 혜택이 더 크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보상과 복지와 같은 혜택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재라면 설득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과 조직문화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재가 있다면,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재가 현재 받고 있는 보상 수준과 터무니없이 차이가 나는 처우를 제시하며 이상적인 성장 가능성과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며 설득하겠다는 의지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습니다.


어느 정도 채용 시장에 형성된 보상 체계를 이해하고 그와 준수한 처우와 복지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직 그렇게까지 보상과 복지를 갖출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현재 구성원으로 조금 더 성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감히 진단해 봅니다.


사람이 매력을 느끼는 가치에는 분명히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수준에 맞게 인재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VP 지표는 효과적인 인재 영입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재와 기업이 조건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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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6일 오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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