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를 촘촘하게 만드는 사람
기억보단 기록을
어제는 가족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사진 촬영 전문 스튜디오에 방문했습니다. 오후 6시까지 스튜디오를 찾기 위해 아침 7시에 회사로 출근했습니다.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기 위해 평소보다 빨리 회사에 갔습니다. 어제 오후 5시가 조금 넘었을 때 헐레벌떡 용산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를 찾아갔습니다. 아내와 아들, 딸은 이미 도착해 있었습니다.
가족사진은 오랜만에 촬영합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사진이 언제가 마지막으로 했던 일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자세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엄마와 아빠, 아들과 딸의 위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누가 가운데 서고, 의자에 앉거나 얼굴을 어느 방향으로 할지 결정했습니다. 이런 선택은 보통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사람이 주도하여 선택합니다. 주로 아내와 딸이 강하게 의견을 냅니다.
개인적으로 안정적인 구도를 선호합니다. 좌우 대칭, 가운데가 높고 사이드로 갈수록 낮아지는 구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가 가운데 서고, 그 앞에 아이 둘을 배치하는 구도를 선택했습니다. 아들이 아빠 앞에 서고, 딸이 엄마 앞에 섰습니다. 자세를 잡자, 이제 촬영을 시작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웃어야 하는 일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 결같이 어려웠고, 미스터리한 일입니다. 사진을 찍을 땐 활짝 웃어야 합니다. 평소의 표정은 그렇지 않은데, 사진 속에 담기기 위해 웃어야 하는 이유가 잘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으면 안 되는 걸까요? 제가 보기엔 자연스러운 표정도 그렇게 딱딱하거나 어색하지 않은데 말이죠. 오히려 억지로 웃으려고 노력하니 표정이 더 부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고 선택의 순간이 왔습니다. 요즘은 여러 컷을 촬영하고 사진 속 인물들이 각자 마음에 드는 표정의 컷을 고르면 각자 선택한 얼굴을 한 장에 담을 수 있도록 합성해 준다고 합니다. 따로 또 같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명하고 지혜롭습니다. 저는 소신껏 마음에 드는 표정을 선택했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계속 더 활짝 웃는 얼굴 표정으로 선택하라 했지만,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컷으로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억지로 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 보이기 위해 억지로 웃고 인내합니다.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다수의 유익을 위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얻어지는 것이 있느냐 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속마음을 숨기려 애써 친절할 필요도 없고, 아닌 척할 이유도 없습니다.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못 참을 것 같으면 못 참겠다고 말을 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주변을 의식하다 보면 본질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원래 하기로 했던 이유를 까먹고 다른 일을 하는 것입니다. 주변 시선이 두렵기도 하고, 왠지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서 행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 의도와 다르게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주객이 전도된다고 하나요? 목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실행하고 있는 내 모습이 어떤지 신경을 더 쓰게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판단하지 말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렇게 했더니 사람들이 뭐라 하더라 ‘아, 그렇구나’ 그냥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 시선과 평가가 아니라 그 일을 하려고 했던 이유입니다. 본질을 기억하면 행동으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결과는 이미 결정이 되어 있습니다. 본질을 기억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의도한 결과를 얻어냅니다. 반대로 주변을 의식하는 사람은 목적을 벗어나 다른 결과를 맞이합니다. 평소에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생각하고 고민하며 기억하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던 자연스럽게 똑바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부터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잘해야 한다는 마음과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기억하여 최초 의도와 목적에 따라 일을 하는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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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1일 오후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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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기과
... 더 보기저
... 더 보기주말에는 가급적 시의성이 있는 기사보다는 생각할만한 거리를 찾아서 공유하고 있는데 아래에 개발을 제외한 스타트업 주요 직무에 대해 잘 정리된 글이 있어 공유합니다.
... 더 보기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표현한 ‘영구적 위기(Permacrisis)’라는 단어가 있다. 2022년 영국 콜린스 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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