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세상에서 고개를 들고 무지개를 보는 마음⟫

8월의 첫 번째 금요일, <리서치 하는데요> 시즌6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4개월씩 6번의 시즌을 이어가니 만 2년을 채우는 샘입니다. 이번 시즌을 통해 지난 시즌 1과 3에서 만났던 분들과 다시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쁨이 생겼습니다. "하고 나니 잘했다" 이런 기분은 운동과 청소, 독서와 독서모임에선 어김이 없습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함께 만들어주는 파트너 민영 님과 지난 시즌에 이어 매 시즌 함께 해주시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시즌 첫 번째 모임에선 자기소개와 함께 가장 기대되는 책과 그 이유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는데요.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분들의 의견은 다음 모임에서 묻기로 하고, 이번 모임에서 확인한 의견들을 모았습니다. 네 번째 모임을 마친 후 '가장 좋았던 책'과 '그 이유'를 함께 비교해볼게요.


  • 1번째 모임 크리스틴 로젠, 『경험의 멸종』 - 6표

  • 2번째 모임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 4표

  • 3번째 모임 류쉐펑,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 4표

  • 4번째 모임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 2표


첫 모임에서는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을 함께 읽었습니다. 기술이 만든 편리함 뒤에 숨겨진 허탈감과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에서 중요한 균형감각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정책, 디자인, 콘텐츠, 서비스와 공간을 통해 경험을 만드는 사람들. 우리가 하고 있는(doing) 역할과 어려워도 해야 하는 역할(responsibility)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무지개를 마주한 순간조차 사진을 찍는 경험으로 대체되어 버리는' 현대인의 모습에서 직접 경험이 주는 감각의 상실을 짚었는데 어제 우리는 디지털 화면을 벗어나 굳이 트레바리 강남 아지트에 모여 한 권의 책을 두고 서로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며 방법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출판사 '어크로스'에서 『경험의 멸종』을 편집한 민영 님으로부터 편집자의 사적인 말을 전달받아 발제문에 담았습니다. 지난 시즌에서 함께 읽은 생각노트 님의 『디테일의 발견』에서 저자의 사적인 말을 담은 이후 두 번째 시도였는데요. 앞으로도 저자와 편집자의 사적인 말을 소개하며 책과 지적대화에 몰입할 수 있는 발제문을 틈틈이 준비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크리스틴 로젠의 책 《경험의 멸종》을 편집한 강민영입니다. ‘리서치 하는데요’ 멤버분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이 책 『경험의 멸종』은 기술 발전에 따라 직접 경험이 소멸하고 있는 지금, 경험의 가치와 인간성의 회복에 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직접 글을 쓰는 대신 챗GPT에게 부탁하는 우리, 요리를 만드는 대신 먹방을 보는 우리, 리뷰 없이는 식당 하나 찾아가지 않는 우리…. 문화 비평가이자 역사학자인 저자 크리스틴 로젠은 우리가 기술을 통해 ‘불편함’을 없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인간다운 경험’까지 잃어가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인류의 진화와 역사에 깊이 뿌리내린 경험들이 소멸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대면 소통은 비대면 소통으로 대체되고 있고, 기다림에 대한 인내심을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쾌락은 이제 기술에 의해 통제되거나 증폭되고, 오프라인 세상의 중요성이 줄어들면서 공공성에 대한 감각 역시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우연성과 물질성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안전하고 매끄러운’ 세계입니다. 저자는 이런 세계가 정말 우리가 살고 싶은 세계였는지 묻습니다.


우리가 인간의 영역이라고 불렀던 모든 경험이 기술에 의해 매개되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인간을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인간성이 전쟁, 기아, 빈곤이 아닌 기술에 의해서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까요? 다행인 점은, 이 현실을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기술로 매개되지 않은 현실의 혼란과 마찰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잃어버린 경험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경험의 멸종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이다.”


이번 독서를 통해 경험이 소멸하는 21세기적 현상을 탐구하며 인간의 조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경험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는 것 어떨까요. 마음 깊이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리서치 하는데요>에서 나눈 발제문과 지적대화들의 쿠키는 아래 원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redbusbagman.com/trevariseason61/

트레바리 시즌6, 첫 번째 모임을 마치고 – 네모난 세상에서 고개를 들고 무지개를 보는 마음

REDBUSBAGMAN | 빨간색 버스에 가방을 메고 탑니다

트레바리 시즌6, 첫 번째 모임을 마치고 – 네모난 세상에서 고개를 들고 무지개를 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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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일 오후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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