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 서버 장례식
K리그 프로그래머
며칠 전 아침,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알림이 막 날아왔습니다. 서버들이 동작하지 않는다고.
뭐지? 느낌이 이상해서 컴퓨터 앞으로 가봤더니… 컴퓨터가 꺼져있습니다.
어라? 조금 전까지 잘 되다가 방금 꺼진 건가?
파워 버튼을 누르니 전원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운영하는 서비스들부터 살려 놓고는 다시 컴퓨터의 전원을 눌러봅니다.
역시나 들어오지 않습니다.
허허…
세상을 떠났군.
사람이 죽은 것만큼 슬픈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한참 동안 컴퓨터를 바라보여 앉아 있었습니다.
2019년부터 만 7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일해줬던 컴퓨터.
이 컴퓨터 덕분에 수천 쌍의 커플이 만나고, 70쌍의 커플이 결혼하고, 수십 명의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색칠 지도나 초등 받아쓰기도 이 컴퓨터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100만 원도 안 주고 샀던 컴퓨터가 돈도 참 많이 벌어다 줬습니다.
제가 네카오에서 7년 동안 밤낮없이 일해서 번 돈 보다 훨씬 많이.
우리 가족의 행복과 평안을 가져다준 녀석인데, 그냥 고철로 어딘가에 던져버려선 안 되는 거 아닌가?
가족들끼리 시간을 내서 장례식이라도 치러주기로 했습니다. (웃음)
https://jeho.page/essay/2025/10/13/server-funera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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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2일 오후 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