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사유




이직 과정에서 이전 직장의 퇴직 사유를 묻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력서에 기재를 요구하거나 면접에서 직접 질문하곤 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퇴직 사유를 묻는 질문은 채용에서 그다지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답변 내용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가치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퇴직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는 대부분 복합적입니다. 일이 재미없어서, 조직 문화가 맞지 않아서, 더 나은 성장 기회를 찾아서 등 여러 이유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그중 가장 강력한 원인이 있긴 하지만, 대개는 여러 이유가 일정 비중으로 함께 존재합니다.


만약 퇴직 사유를 묻는 질문이 지원자에게 필요한 업무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긍정적입니다. 지원자가 더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려워할 수 있는 상황은 피하고 도움이 되는 조건을 갖추려는 의도라면 의미 있는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채용 전형에서 퇴직 사유를 묻는 의도는 지원자의 단점을 파악하려는 목적에 가깝습니다. '꼬리 물기'라 불리는 후속 질문들이 이를 방증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퇴직했다고 하면 "우리 회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거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답하면 "그렇다면 정기적으로 이직하실 건가요?"라고 묻는 식입니다.


과연 퇴직 사유를 기반으로 미래를 가정한 질문에서 얻을 수 있는 검증은 무엇일까요? 인간적으로 궁금할 수는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호기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다만, 호기심이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채용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가 아닌 단순한 호기심이라면, 최종 합격한 인재에게 입사 후 물어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지원자 역시 퇴직 사유를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당당하게 정직한 사유를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결이 맞는 회사를 만나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숨기거나 과장하는 것에서 불행이 시작됩니다. 과도한 야근을 싫어하면서 좋아하는 척하거나, 수평적 문화를 선호하면서 상명하복식 업무 방식을 선호한다고 거짓말하면, 운 좋게 채용되더라도 입사 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채용 전형은 기업과 인재가 만나 서로를 탐색하며 어울리는 관계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자리입니다. 어떤 질문도 가능하고, 답변 방식과 내용도 자유롭습니다. 다만, 질문하는 사람은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와 그 정보의 가치 판단 기준이 명확해야 합니다. 답변하는 사람도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가감 없이 정직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건강한 노사 관계는 채용 전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습니다. 스스로 치부라고 여기는 과거 행동은 더욱 드러내고 싶지 않죠.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입니다. 용기 있게 약점을 드러냈을 때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방향과 관계없이 건강한 배움이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성장은 건강한 도전 여정 속에서 얻어집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소한 해야 할 도리를 다하며 과정에 충실할 때 의미 있는 배움과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정직한 인재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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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4일 오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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