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일반 원칙은 건강보험에도 적용됩니다. 복잡하게 들리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가격이 같으면 더 효과가 좋은 약을 쓰고 효과가 같다면 더 싼 약을 쓰는 것이죠. 문제는 효과도 더 좋은데 가격도 비쌀 경우에 발생합니다. 어떤 약의 추가적인 가격을 현 재정 상황에서 지불하는 것이 필요할지를 경제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비용효과분석(Cost-effectivness analysis) 또는 비용효용분석(Cost-utility analysis)이 필요합니다. 보건경제학자들은 어떤 약의 효용을 측정하기 위해 서로 다른 건강상태를 비교할 수 있는 단위로 환산한 QALY(Quality Adjusted Life Year)라는 개념을 고안했습니다. 1QALY는 완벽히 건강한 상태로 1년을 더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약이 출시되었고 이 약의 가격으로 경제성평가를 했을 때 1QALY를 얻는데 10만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죠. 어떤 사람이 추가로 1년을 더 살 수 있다는데 10만원이면 충분히 낼 수 있는 돈입니다. 하지만 B라는 약은 1 QALY를 얻는데 1억이 들어간다고 합시다. 그러면 좀 고민이 됩니다. 어떤 사람을 추가로 1년 더 살리는데 1억을 쓰는 것이 옳은 결정일까요? B라는 약을 쓰는 대신 A라는 약을 1천명에게 쓰면 같은 재정지출로 훨씬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거라고 누군가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에 B가 아주 치료하기 힘든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약이라서 누군가에게는 이 약이 꼭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제학 모델로 약의 가격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나라들은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포함됩니다. 1 QALY에 얼마의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는 각 나라마다 다릅니다. 이 지불의사는 각 나라의 경제적 상황,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기사에서는 이 지불의사를 생명의 가격(price a life)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그건 명백히 틀린 표현입니다. 물론 경제학자는 때로는 사람의 목숨도 금액으로 환산해내는 비정한 사람들이지만 이 비용효과성 모델은 단순히 약의 가격을 정하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닙니다. 이런 분석은 그 약의 가치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비교하게 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이 하는'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일 뿐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어떤 치료법의 보험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단순히 숫자만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Obscure Model Puts a Price on Good Health-and Drives Down Drug Costs

WSJ

Obscure Model Puts a Price on Good Health-and Drives Down Drug C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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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5일 오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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