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노트 47] 성공에 필요한 준비 과정 🎖🎖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성공할 보장도 없고, 실패 시 감당해야 할 위험도 크고, 그러니 함께 할 팀을 꾸리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들은 성공 스토리에 열광하면서도, 정작 실패와 우여곡절과 위험부담을 경험하기는 꺼려 하는 듯하다. ​작년에 팀에서 하고 있던 일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비전 영상을 하나 만들었다. 협업이 필요한 부서들도 많았고, 각자 가려는 방향도 정리가 안 되어 있었고, 복잡한 내용을 매번 한 시간씩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도 역부족이라 판단한 나는, 60초짜리 비전 영상을 만들어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키 광고의 ‘Just do it’이나 다시다 광고의 ‘고향의 맛'처럼 각자의 다른 생각을 묶어낼 메시지가 필요했다. 사실 수많은 일들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 한다. 우리는 이성적인 것 같지만, 실은 마음이 동해야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여야 머리가 일을 한다. 한 시간의 장황한 프레젠테이션보다 60초의 영상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들이 있다. ​내가 이 일을 하려고 했을 때 내부에선 반대가 컸다. 영상을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비용 대비 효과가 별로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전 영상이란 게 만들고도 큰 감흥이 없거나 한두 번 사용하고 재활용이 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일쑤다. 나 또한 그런 경우를 많이 봤고, 어떤 걱정들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바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밀어 붙였고, 만들어진 영상은 초대박 히트를 쳤다. 영상은 여러 관련 미팅에서 사용되었고, 새로 리더가 바뀔 때마다 다시 사용되고 있고, 여러 팀들로부터 제작 관련 문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어떤 준비 과정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나면, 많은 경우 엄두가 안 난다고 하곤 한다. 과정 없는 결과란 없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결과에만 손뼉을 치고 과정을 겪고 싶어 하진 않는 듯하다. 나는 어떻게 가능했을까를 생각해 봤다. /// 넷째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었다.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꼭 필요하다. 좋은 연주자들을 모은다 하더라도 좋은 지휘자 없이는 하모니를 만들기 어렵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벌일 때는, 중심을 잡을 에너지가 필요하다. 처음 생각은 일단 팀을 꾸려 일이 시작되면 나는 적당히 리뷰만 하고 디렉션만 잡아 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나는 초기 스토리보드를 전면 수정했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겼다. 나를 대신해 책임져 줄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 좋은 팀을 꾸리는 것이다. 내가 영상을 만들 엄두를 냈던 건, 좋은 팀을 꾸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모두 하던 프로젝트에 추가적으로 손을 보태야 하는 일이었는데, 내 의도를 듣고는 흔쾌히 나서주었다. 마음과 손발이 맞는 팀을 만들 수 있는 건 정말 큰 복이다. 눈빛만 봐도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 알 수 있고,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서로 부족한 점을 메꿔줄 수 있는 그런 팀이 만들어지면, 결과물을 떠나 과정 자체가 성공이다.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 많은 공범자를 만드는 건 중요한 팁이다. 주요 의사 결정자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피드백을 수렴하여 한 컷이라도 들어가면 모두들 자신이 기여해서 만든 것 같은 애착을 느낀다. ​최근 윤여정 배우의 동영상을 몇 개 보았더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녀의 오래전 영상들을 추천해서 보여준다. 때론 주인공의 친구 역할이기도 하고, 때론 주인공의 엄마 역할이기도 한데 그런 시간을 고스란히 50년을 해온 거다. 그녀의 독특한 여정스러움과 거침없는 입담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그녀의 명언집을 만들고 그녀의 성공을 조명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녀가 버텨온 50년이란 세월의 무게이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실패와 좌절과 무너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오래 하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그러니 오래 하라고. 윤여정 배우의 트로피가 아닌 그녀가 살아온 세월의 과정을 보자. 그리고 용기를 얻자. 오늘이라는 과정 없이 내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