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항공이 마일리지를 운영하는 방식을 변경하면서 소비자의 불만이 많습니다. 변경 내용의 요지는 어워드 항공권에 필요한 마일리지를 대폭 인상하고, 대신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레비뉴 티켓으로 쌓을 수 있는 마일을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마일리지로 타는 승객은 줄이고 돈내고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타는 상용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꽤 분명한 신호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카드 사용을 통해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를 통해 적립되는 마일은 항공사가 마일을 카드사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항공사가 얻는 수익은 연간 수 천억 대입니다. 카드사에 판매된 후 고객 계정에 옮겨진 마일은 항공사 회계장부 상으로는 부채로 잡힙니다. 카드사 마일 구매에서 발생하는 매출과 실제 고객이 마일을 쓰는 기간에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자를 낼 필요가 없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한다는 점에서 이 부채는 꽤 매력적인 부채입니다.
이 둘을 종합해보면 회사 입장에서는 마일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유인이 훨씬 더 커집니다. 항공권 구매에 필요한 마일이 늘어나면 더 많은 마일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카드사의 판매를 통한 매출이 그대로라면) 부채가 훨씬 더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마일리지가 항공사와 고객 사이의 채무와 채권의 관계라면 이렇게 일방적으로 마일리지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것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돈의 가치를 자의적으로 할인해서 갚겠다고 한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