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사소한 기억을 발굴하는 장소 애호가 | 신세계 빌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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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의 사소한 기억을 발굴하는 장소 애호가, 박성진 인터뷰⛺ > ⛺ 초현실 부동산을 시작한 이유 13년 전쯤 스페인으로 유학 갔을 때 세비야의 구도심에 간 적이 있어요. 그곳 한가운데 “오래된 집만 취급합니다”라고 써놓은 부동산 사무실이 있는 거예요. 되게 신기했죠. 스페인에서 건축 문화유산 복원과 경영을 공부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가 이탈리아, 스페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오래된 고성과 고택을 풍부한 건축 자산으로 취급하는 부동산이 있는 이유였죠.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나라 풍토에 맞게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 초현실 부동산 이름의 의미 우리나라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분야가 부동산 시장이잖아요. 돈, 평수 등 숫자만으로 작동하는 분야이지만 저희는 그곳에서도 공간에 대한 정서와 기억, 낭만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현실을 뛰어넘은 초현실적 얘기인 거예요. 애초에 돈 벌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초현실적 생각을 유지해보자는 의미로 초현실부동산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 초현실 부동산이 일하는 방식 뢰가 들어오면 일단 구성원이 모두 모여 다 같이 답사를 가요. 그 공간을 즐기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너는 토지대장이랑 이런 거 찾아보고 나는 국가기록원 아카이브 뒤져볼게’ 이런 식으로 역할을 나눠 그 건물에 대한 이력을 추적해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면 중개를 위한 저희 사이트에 올려요. 그 공간을 의미 있게 계승하면서 쓸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죠. 어떻게 보면 클라이언트 일에 제가 좋아서 먼저 움직이는 거잖아요. 이런 프로젝트는 철학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념적으로 저를 충족시키는 배터리 같아요. 보통 기록이라 하면 과거를 박제해 보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만은 않아요. 기록은 창조적으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20년 전엔 이 장소가 어땠는지’, ‘여기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등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역사적 기록을 훑어보면서 지금 이 공간에 적합한 가능성과 쓰임새를 고민해요. 《 큐레이터의 코멘트🤔 》 과거의 기록으로 부터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발견한다, 가장 현실적인 부동산 분야지만 우리는 낭만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기록을 적어두고 그 시간을 보관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기록이 과거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그 기록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1년 6월 27일 오전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