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들의 상상력은 종종 사람들의 생각 범위를 뛰어넘는데, 올해 상반기에 쿠팡이츠가 그러했던 것 같다. 배민에 요기요까지 있는 상태에서 끝난 게임 아니냐고 생각했던 내 자신을 또 한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것 같다. 근데 요즘 쿠팡이츠를 보면 '일시적으로 주문 불가'나 아주 좁은 반경 내에서만 배달 가능한 경우가 아주 잦아졌다. 비오거나, 너무 덥거나, 겨울에 눈오거나... 하면, 예전 푸드플라이때도 항상 그러했던 것 같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뒷받침이 안되는. 사실 매 transaction에 사람의 노동력이 동반되는 한, 이 문제는 해결이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그 어떤 회사도 영원히 라이더들에게 economics를 무시한 페이를 지급하기는 어렵고, 결국 돈 쓰기로 결정한 시기마다 라이더 수급이 잘 되고 그 업체 통해 배달을 시켜먹다가, 또 주문불가 뜨면 경쟁앱 켜서 주문하는. 이게 퀵이랑은 다르게 기술로 풀어내는 것도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메뉴는 무한대에 가깝지만, 메뉴별/매장별 조리시간은 다 다르고, 라이더들의 출발/도착지도 다 다르고, 퀵이야 늦게 받아도 상품에 문제는 없지만 음식은 늦게 받을수록 가치가 감가상각되는 특징. 근데 또 시장은 엄청나게 크다보니까, 배달 시장은 식료품 배달까지의 확장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이커머스 못지 않게 큰 시장이 될 것도 같다. 근데 이걸 참신한 방법이나 기술로 해결하는게 좀 오래 걸린다면, 이커머스처럼 엄청난 규모의 돈 싸움이 되지 않을까?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배민 Exit이 너무 이른 것일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딜리버리 히어로와 쿠팡 같은 deep pocket들의 경쟁이라면, 지금부터 배달시장에 최소 수천억대 투자가 더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2021년 7월 8일 오전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