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왕 갓 팀 쿡>
1. "누구도 놀라게 하지 못했다." 애플이 작년 9월 공개한 최신형 '아이폰11'에 대해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이렇게 혹평했다. 카메라 성능 일부를 제외하면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세계 IT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애플의 확고한 위상에 비하면 (아주) 작은 단점에 불과하다.
3. 작년 3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주주총회가 애플의 강력한 위상을 보여준다. 이 주주총회에선 누구도 아이폰 판매 저조를 언급하거나 애플의 향후 성장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4. 오히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99.1%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했다. 독일 잡지 슈피겔은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공산주의를 연상케 하는 역대급 찬성률이었다"고 했다.
5. '무색무취하고 지루한 리더'로 불려온 팀 쿡의 눈부신 경영 성적 덕분이다. 애플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쿡이 CEO로 취임한 2011년 8월 24일 이후 8년 만에 각각 두 배 넘게 늘었다.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는데, 지금도 우리나라 모든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보다 더 크다. 팀 쿡이 세계 최강 애플을 만든 비결은 뭘까.
6. 팀 쿡은 입버릇처럼 "애플은 더 이상 제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 아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문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2015년 총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72%였으나 지난해(1~9월)에는 54%로 떨어졌다. 대신 음악·영화·앱 판매·동영상 같은 서비스와 웨어러블 부문의 매출 비율이 27%로 높아졌다.
7. 팀 쿡은 "(아이폰이 아니라) 콘텐츠야말로 애플의 새로운 도약 지렛대"라고 믿는다. 그래서 작년 3월 애플 TV 플러스(+), 애플 뉴스플러스, 애플 아케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월 9.9달러(약 1만1600원)에 잡지 300여개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주요 뉴스를 무제한 소비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8. (스티브 잡스가 못 이룬) '콘텐츠 제국' 꿈을 팀 쿡이 실현 가능성은 크다. 14억개가 넘는 애플 하드웨어 기기가 세계에 깔려 있고,애플 서비스 유료 구독자만 이미 4억5000만명을 확보해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9. 게다가 팀 쿡이 작년 초 쌓아놓은 애플의 사내 보유 현금은 2490억달러(약 291조원)로, 취임 당시보다 3배 정도 급증했다. 자사주 취득과 배당금 등으로 2200억달러를 쓰고도 이만큼 갖고 있다.
10. 현재 애플은 미국 전체에서 연방정부(2710억달러)에 이어 둘째로 현금을 많이 갖고 있다. 저널리스트 린더 카니는 "스티브 잡스가 문화적 성공을 거뒀다면, 팀 쿡은 애플에 재정적인 성공을 안겨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