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없는 구독 모델은 사상누각일 뿐>
1. 구독 모델은 요즘 저널리즘 업계의 화두다.
2. 지난해 전 세계 29개국 디지털 종사자를 대상으로 ‘저널리즘 주 수익원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2%)이 ‘구독과 멤버십’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3. 이는 ‘디스플레이 광고’(27%), ‘네이티브 광고’(7%)에 대한 관심을 크게 웃도는 수치. (Newman, 2019).
4. (사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뉴스 관계자들은, '디지털 광고'가 미래의 주 수익원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다) 업계가 디지털 구독 모델로 관심을 돌린 것은 ‘공짜 기사+디스플레이 광고’의 조합으로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음을 자각했기 때문.
5. 물론 디지털 광고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 시장을 지배하는 주체가 언론사가 아니라, 거대 IT 기업이라는 것.
6. 디지털 광고 시장은 신문, 방송 등의 플랫폼을 소유한 언론의 역할이 두드러지던 과거 오프라인 광고 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2019년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은 구글이 31.1%, 페이스북이 20.3%를 점유했으며, 광고 시장 상위 10개 업체에 언론 관련 기업은 하나도 없다.
7. 2010년 이후 해외에서는 유료 구독 모델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특히 뉴욕타임스는 종량제 방식(metered model)의 유료화에 성공하면서 후속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8. (만약 당신이) 광고 모델을 탈피해 독립적인 수익구조를 지향하는 뉴스 사업자라면, (가장 먼저) 이용자를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취급하는 접근법을 경계해야 한다.
9. 이용자를 세분화(audience segmentation)하고, 그들의 행동과 태도에 따라 그룹을 구분하고(grouping), 각각의 그룹에 이름을 붙이고, 양적으로 측정하는 동시에, 이들부터 피드백을 들어야 한다.
10.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용자에 대한 연구는 지불 심리 파악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지불 디자인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특히 ‘참고가격(reference price)’의 역할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사람들은 단순히 제시된 가격과 이 가격이 주는 기대 효과를 비교해서 소비를 결정하지 않는다.
11.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을 비교하는 내부적 기준인 참고가격이다. 소비자들이 특히 중요하게 참고하는 가격이 ‘과거의 가격’이다. 인터넷 포털 중심의 공짜 뉴스 제공 관행 때문에 국내 뉴스 이용자의 인식 속에 ‘참고가격 0원’은 깊이 박혀 있을 테고 그에 따라 유료 구독을 받아들이기 더 어려운 것.
12. (이처럼) 뉴스 분야는 어떤 종류의 콘텐츠보다도 ‘참고가격 0원’의 영향력이 높아, 유료화에 대한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희망적인 지점은 분명히 있다. 어떤 종류의 구독 활동에서건 이 소수 정예의 구독 집단은 존재해 매우 일관성 있게 충성 행동 패턴을 보여준다.
13. 관건은 이 의미 있는 ‘충성스러운 이용자’를 ‘가끔 들르는 이용자’로부터 골라내서 어떻게 유료 독자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있다.
14.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이용자 데이터 수집과 분석, 이에 기반한 마케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