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이른 새벽 출근하면서 ‘나보다 일찍 일하러 나온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아?’하고 놀라기도 하고, 늦은 밤 퇴근하면서 ‘저 빌딩은 아직도 불이 켜져있네?하고 놀란 적도 많다. 우리 모두는 일을 한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일을 대하는 자세는 세대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버지 세대들은 육체적으로 고생하며 일했다. 피, 땀, 눈물로 일을 했다고 해야 할까. 우리 사회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던 때였기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하고, 대신 고생한 만큼 결과를 얻었다.
우리 세대는 육체적인 고생은 덜 하지만 정신적으로 고생하며 일했다. 근면 성실하게 일한다고 해서 인정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사회가 이미 고도화되어서 고생하더라도 그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금의 Z세대나 밀레니얼 세대들은 어떠할까? 육체적으로 고생할까? 정신적으로 고생할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로 고생할까? 나는 그들이 아마도 이 질문에 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인해 고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Z세대나 밀레니얼 세대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 만난 그들의 고민을 통해서, 그리고 간접적으로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파악할 수는 있었다.
지금의 세대는 일에 있어서도 자아실현을 중요시하더라.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하고 싶어 하고, 장밋빛 미래 이야기보다는 오늘 현재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고, 본인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한 일을 했을 때 자신에게 엄청 화가 나는 세대이다.
이상이 큰 만큼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그 어느 세대보다 고통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나 우리 세대는 그들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 운 세대이다. 그런 면에서 이 질문이 지금의 젊은 세대와 윗 세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30초만 시간을 내어 이 질문에 스스로에게 답해보자 “저는...이런저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답해보자. 만족스러운가?
누구는 본인은 더 대단한 일을 하는데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른 누구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의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답변을 하려다가 생각에 잠길 것이다. 내가 그랬다.
사실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을 나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회사에서 나에게 원하는 역할, 요구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나열하고 보니 그건 내가 아니었다. 언젠가 나를 대체하는 사람이 왔을 때 그 사람도 똑같이 답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비단 젊은 세대뿐 아니라 70년대생인 나조차도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대답할 때, 그냥 하는 일만 나열하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하물며 젊은 세대들은 얼마나 더 그러할까...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인생을 살아가고픈 사람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생을 살아가길 원하는가?
왕년에 전교 1등 했어요. 아이비리그 출신입니다. S전자 다녀요. 전략 컨설팅 펌 출신이에요...이런 말들이 쓸데없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남들과 똑같지 않은 자신 만의 깊이 있는 생각이 담긴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남들이 뭐라 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영역이 생겨나고, 그것이 본인의 브랜드가 된다.
생각하자. 생각해야 한다. 중요한 질문 앞에서 잠시 모든 걸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