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CEO 혹은 오너가 항상 옳을 수는 없다. 신사업이나 구조조정, 더 작게는 조직 개편이나 외부 인재 수혈이 성공적이지 못할 가능성은 얼마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리더가 부족한 탓일까? ‘전략적 결정’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HEC 파리의 올리비에 시보니 교수는 이를 결정권자가 아닌, 결정하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많은 기업이 ‘위대한 리더’를 맹신하다가,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리더 탓으로 돌립니다. 이는 잘못된 일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체계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리더가 아니라, 리더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와 방식이 문제입니다.” 시보니 교수는 1992년부터 25년 간 맥킨지에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을 컨설팅하며 기업의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연구를 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리더가 뛰어나도, 의사결정 문화가 잘못된 조직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연구 결과다. 시보니 교수는 “크고 오래된 기업일수록 수십 년간 뛰어난 성과를 보인 사람을 고르고 골라 조직의 리더로 선임한다.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된 이후에 큰 실수를 한다면, 이는 개인 문제가 아닌 (의사결정) 시스템의 문제”라고 했다. 시보니 교수는 먼저 “성공한 기업가를 숭배하고 따라하는 걸 그만두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의 방식을 따라 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시보니 교수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업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지, 10대들이 영화 배우를 바라보는 식의 시선이 아니라고 했다. 스타 경영자의 방식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성공보단 실패에 집중해야 한다. 성공하는 전략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실패하는 전략은 모두 엇비슷하다. 기업에서 반복되는 전략적 판단 오류는 크게 9가지 패턴이 있다. 자신의 견해와 부합하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확증 편향’ 등의 여러 인지적 편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협업과 의사결정 과정을 체계화하는 방식을 통해 이런 사고 편향을 막을 수 있다. 독단과 인간적 오류를 막는 안전장치가 된다. 좋은 제품은 체계적이고 엄격한 제조 공정에서 나온다. 좋은 결정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은 보통 제품에 대해선 엄격한 품질관리 방식을 적용하면서 의사결정에 대해선 제대로 된 공정을 마련하지 않는다. 실수를 줄이려면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에도 체계적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최종 결정을 내리는 건 CEO지만, 결정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의견을 균형 있게 접해야 한다. 개인 차원이 아닌, 조직 차원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토론을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 없이 진행하는 토론에서는 CEO 측근이나 언변이 좋은 사람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CEO가 찬반 양쪽 의견을 모두 듣는 게 중요하다. ‘악마의 변호사’ 역할을 두 명 이상 지정해야 한다. 이들은 회의 의제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요인에 집중하고,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의무를 갖는다. 최소 두 명으로 정하는 건 한 명에게 미움이 쏠리는 걸 막아준다. 원래는 미국 CIA에서 개발했는데, 현재는 많은 기업에서 쓰고 효과도 입증되었다. CEO 서랍에 메모를 넣고 잠그는 기법도 유용하다. 결정하기 전에 꼭 충족해야 할 요건이나 장애 요소를 적은 메모를 서랍에 넣고, 최종 의사 결정일에 다시 꺼내 잠정적 결정이 이에 부합하는지 살펴보는 방법이다. 아직 냉철했던 시기의 자신에게 되묻는 방식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시보니 교수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읽고 보스에게 달려가 ‘우리도 의사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당신이 곧 상사이고, 우리는 모두 어떤 분야에서 리더입니다. 자신의 의사결정 방식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향의 가장 큰 사각지대는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Mint] "나쁜 리더는 없다 나쁜 시스템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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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5일 오후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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