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네이버 지도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바로 네이버 지도 '미리주문'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네이버 지도에 찍힌 가게 도착하기 전에 미리 주문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하단에 '미리주문'을 누르면 그 다음 화면처럼 메뉴가 나옵니다. 거기서 주문하면 네이버 페이에 연동된 결제수단으로 지불이 가능합니다.
현재 네이버 지도를 통한 '미리주문'은 초창기 네이버 페이 프로모션과 비슷합니다. 압도적인 할인률을 제공하거든요. 첫 구매고객에게는 무조건 3천 원 할인을 제공하고, 그 이후엔 1천 원 대의 할인을 제공합니다. 여기다 구매 후 리뷰를 제공하면 네이버 페이 100포인트가 쌓입니다.
처음 보면 네이버 지도의 기능이지만, 넓게 보면 네이버 페이 생태계입니다. 현재 네이버 생태계는 네이버 페이를 근간으로 한 커머스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영상은 유튜브에, SNS 기능은 페이스북에 뺏겼지만 여전히 검색 포털로서 기능은 압도적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검색기능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모바일에서 구글 검색에 비해 네이버 검색이 밀리기 때문인데요, 이를 네이버 페이를 바탕으로 다시 반등하고자 했습니다. 네이버 페이 -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 네이버 검색의 삼위일체는 국내 기준 가장 압도적인 쇼핑*검색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리뷰를 제외하고 제품 검색은 네이버가 제일 편하기도 하고요.
검색과 웹툰말고도 네이버가 짱먹은 곳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도입니다. 자동차 중에 사용하는 '네비게이션'에서는 밀리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지도 분야에서 네이버 지도의 사용빈도는 압도적일 겁니다. 아래 기사를 보더라도 MAU는 1위네요.
전체 앱을 보더라도 탑 10위 안에 듭니다.
즉, 아무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네이버의 기존 고객 접점을 훔쳐가더라도 네이버 지도가 대체되지 않은 셈입니다. 쉽게 말해 '네이버'로 검색하지 않고, '네이버 블로그'에 글은 쓰지 않고, 핸드폰에 '네이버 앱'은 없더라도 '네이버 지도'는 쓰는 사용자가 많은 셈이죠.
국내 지도 사업자의 단점은 이 지도 사용자를 활용해서 돈이 될 구석이 없다는 점입니다. 티맵의 모사업자는 SKT인데, 지도를 통해 연결할 서비스가 없습니다. 네이버는 네이버 지도를 차세대 포털로서 네이버 페이 생태계로 입구로 사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바닥늬우스에서 소개한 기사와 같이, 구글 맵이 차세대 슈퍼앱이 될 거란 전망이 있었는데, 어쩌면 네이버 지도가 먼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까지 '미리주문'에 뚜렷한 BM은 없습니다. 카페 사장님한테 수수료를 물으니 0.2% 내외이며 잔당 10원 단위에 가깝다고 말씀하셔서, 실상 네이버에 남는 건 없습니다. 네이버 페이 초창기와 비슷합니다. 네이버 페이도 초창기엔 출혈경쟁이라 불릴 만큼 여러 고객 혜택을 주는 제로 마진 정책으로 사용자를 높였거든요.
결국 네이버 지도에 붙은 '미리주문'은 1) 네이버 페이 신규 사용자 유입 2) 네이버 페이 기존 사용자 재사용 유도 3) 네이버 페이 사용자 리텐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네이버 지도에 광고가 붙을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1) 빠른 사용 2) 직관성이 중요한 지도 맵에 과연 광고가 붙을까 싶습니다. 과거 포스퀘어처럼 LBS 시스템 광고가 붙을 수도 있겠으나 아직까지는 가능성뿐이고요.
한 가지 재밌는 상상을 해봅시다. 만약 네이버가 배달의 민족을 매각하지 않거나 유사 배달 서비스앱을 지도에 붙인다면 어떨까요?
물론 투자금 6배의 대박을 거절할 리가 만무했겠지만요.
네이버 지도가 시대를 이겨내고 변하지 않는 고객 접점으로서, 슈퍼앱으로서 기능한다면 이 지도에 페이를 붙이고 배달을 붙이고 광고를 붙이는 것도 헛된 상상만은 아닐 듯합니다.
여튼, 네이버 페이 중심으로 네이버가 돌아가는 건 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