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최다 3점슛 성공(402개), 연속 경기 3점슛 성공 1위(157경기), 3점슛 10개 이상 성공 경기 역대 1위. 아마 농구 좀 아는 분들은 바로 눈치를 챘을 것이다. 이 기록들의 주인공은 3점슛의 귀재 스테판 커리이다. 잦은 발목 부상 탓에 ‘유리발목’으로 불리며 반짝 스타로 사라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가 전설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스테판 커리는 훌륭한 드리블과 패스 능력도 갖고 있었지만, 그의 결정적 무기는 3점슛이었다. 그는 NBA의 3점슛 관련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이 특별한 것은 뛰어난 3점슈터라서가 아니라, 그가 3점슛을 현대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커리의 등장 이후, 3점슛 능력은 포지션에 관계없이 좋은 선수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고급 기술이 되었다. 지금은 NBA에서 3점슛이 덩크슛과 더불어 가장 화려한 개인기로 여겨진다. 3점슛은 MBA의 전신인 ABL에서 1967년 처음 도입했다. 그 이후로 40년이 지난 2000년대까지도 3점슛은 전략적 가치가 매우 제한적인 기술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농구 지도자는 3점슛을 관중에게 볼거리를 주는 잔재주 정도로 생각했으며, 경기 후반 큰 점수 차로 지고 있거나 종료 직전 역전을 위해 필요한 기술로 생각했다. 3점슛을 자주 시도하는 선수들은 좋은 외곽 슛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성질이 급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3점슛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팀은 우승을 포기한 팀 취급을 받았다. 스테판 커리는 3점슛 능력 밖에 없다고 과소평가 받던 선수였다. 그가 NBA 선수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세계적 스타가 되리라는 기대를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의 포지션은 가드였는데 슈팅가드를 하기엔 키가 작고 드리블 돌파도 약하다는 평이었다. 그렇다고 엘리트급 포인트가드 선수와 비교하면 볼을 다루는 솜씨나 코트를 보는 시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3점슛 의존도가 높은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았다. 커리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볼핸들링과 드리블링을 더 연습해서 전형적인 포인트가드가 되는 길을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만의 길을 걷는다. 강점인 3점슛에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는 대성공. 커리는 3점슛 기술로 최고의 선수가 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 농구의 흐름 자체를 바꿔버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커리의 3점슛은 그냥 잘하는 정도가 아니다. 상상도 못 했던 수준으로 이 기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보통 3점슛을 많이 던지면 성공 확률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는 게임당 평균 12개씩 쏘고도 성공 확률은 44%나 된다. 이는 다른 NBA 선수의 2점슛 확률(평균 45%)과 비슷하다. 성공 확률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2점슛보다 3점슛이 낫다. 슛 거리도 어마어마하다. 3점슛 라인 두세 발짝 뒤에서 던져도 잘 넣는다. 드리블하다가도 쏘고, 한 발 뒤로 점프하면서도 쏘는 등 관련 기술도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게다가 슛 동작도 다른 선수들보다 30% 이상 빨라서 커리가 맘먹고 던지면 수비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커리의 성공은 현대 농구판을 뒤흔들었다. 이제 3점슛이 비효율적인 공격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슈팅가드든 포인트가드든 3점슛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진화한 3점슈터들의 등장으로 현대 농구는 더욱 빠르고 공격적으로 변했다. NBA가 3점슛을 처음 도입한 1980년과 비교하면 3점슛 비중이 전체적으로 1400% 이상 증가했다.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는 기업 경영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해왔다. 피터 드러커는 최고 성과를 올리려면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작가 짐 콜린스는 자신만의 강점을 독보적으로 키운 기업만이 높은 성과를 수십 년 지속하는 위대함을 이룰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강점을 살리기보다 약점을 보완하려고 하는 손실회피 편향(Loss Aversion)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무언가를 얻을 때의 기쁨보다 잃을 때 느끼는 고통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또한 성취에 대한 기대감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강하다. 따라서 불확실한 선택을 해야 할 때 기회를 추구하기보다는 실패를 회피하려 한다. 이러한 손실회피 편향 때문에 경영자들은 강점을 키워 기회를 추구하기보다는 약점을 보완해 실패를 피하려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강점에 집중하려면 선택이 필요하고, 선택이란 어떤 일부를 포기하는 것, 즉 손실을 의미한다. 손실을 회피하고 가진 것을 지키려는 현상 유지 심리가 오히려 기업의 미래 가치를 희생할 수 있는 것이다. 스테판 커리는 이류 선수들이나 쓰는 기술이라던 3점슛을 주 무기로 갈고 닦아 세계 최고 선수가 됐다. 약점을 고치는데 급급했던 선수들은 NBA에서 사라졌다. 약점을 성공적으로 보완한 선수도 평범한 선수 생활을 이어갈 뿐이다. 커리의 성공은 기업이 왜 강점에 집중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스포츠에서도, 기업 경영에서도, 약점을 없애는 것으로 실패를 막을 순 있지만 성공할 수는 없다.

스테판 커리는 어떻게 농구의 개념을 바꾸었나...그가 이끈 농구판의 변화│인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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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커리는 어떻게 농구의 개념을 바꾸었나...그가 이끈 농구판의 변화│인터비즈

2021년 11월 9일 오전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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