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회사에서 틀린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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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은 늘 정답에 목말라있다. 왜냐하면 정답을 내놓으라는 협박과 강요 속에 살아가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는 간혹 보는 시험에서만 정답을 내놓으면 그만이었지만, 직장에서는 매일이 시험이다. 누군가 출제한 문제를 적시, 정시에 풀지 못하면 자격 뿐만 아니라 나란 존재에 대한 의미마저 퇴색되어 버린다. 그래서 더더욱 힘들다. 답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그 답을 찾아 매일같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일쑤다. 어제는 분명 답이었던 것이 오늘은 답이 아닌 것도 많다. 그래서 답이 될 수 있는 선택지 몇 가지를 늘 갖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만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직장에서 제시하는 답은 정답이 될 수 없다. 정답의 뜻은 ‘정확한 답’이라는 뜻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답이 있다면, 이를 굳이 다시 생각할 필요없다. 그냥 이전의 답을 꺼내서 다시 적용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해결이 가능해야 그게 정답이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우리가 처한 상황, 환경의 변화, 예상하지 못한 각종 일들로 인해 이전의 해결책을 그대로 쓰기 어렵다. 시장과 고객은 늘 변덕을 부리고, 원하는 것이 그때마다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어떤 문제나 일을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정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쩔 수 없이 그때 그때 필요한 해결책을 새로 제시해야만 한다. 그럴 수 있어야 내 밥값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필요한 답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답이 어디서 왔고, 나중에 어떻게 응용 및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다. ‘해답을 만들 수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쌓는 것이다. 그 축적의 과정을 통해 그때 그때 필요한 답을 찾을 수 있어야 우리는 생존할 수 있다. ‘나만의 방법론(Methodology)’을 만들고 점차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해답은 명쾌하지 않다. 때로는 다소 모호하고, 어눌하며, 어딘가에 찰싹 붙는 느낌이 아니다. 왜냐하면, 어딘가 엉성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일종의 가설인 것이고, 가설이란 누가 얘기하는가에 따라 그 말에 힘이 실려 빠르게 추진되기도 하고, 혹은 외면당해 사장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짜고짜 답을 내기 보다는 그 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이 방법론(Methodology)이다.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답을 내고 검증하는 것’은 바로 어떤 결과를 만들기 보다는, 그 결과를 위한 적합하고 정교화 된 과정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것에 가깝다. (1) 현업에서 내가 주로 취급하고 있는 문제는 어떤 영역 속의 무엇인가? (2) 그걸 위해 과거에 어떤 방법들을 써왔고, 그에 대한 결과는 어떠했는가? (3) 현재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과거의 유사한 문제의 차이점, 유사성은 무엇인가? (4)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하는 문제를 확실하게 정의하기 (5) 해결책을 검토 및 제시하기 (6) 본격적 해결을 위해 실행하기 (7) 실행 과정 중 예상 못한 변수에 대응하고 이를 기록하기 (8) 피드백을 통해 기존의 문제에 대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솔루션을 만들기 (9) 이를 보완 및 지원할 수 있는 추가 업무를 ‘후속조치’로 제언 및 기획해보기 ‘일을 잘한다’라는 관점에 여러가지 이상한 왜곡이 들어가는 바람에, ‘혼자서, 정확하게, 빠르게’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직장에서 사용하는 방법론 속에는 이미 ‘상의와 협의’라는 개념이 들어가있다.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은 일들의 경우에는 내부에서 여러 경로의 검토가 필요하다. 문제를 다짜고짜 나만의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틀린 것’이 없다. 오히려 틀렸다고 말하는 것을 옳게 만들거나, 통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 및 도전해보는 것이 회사의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해 적절한 책임 영역으로 구분하여 서로 밀고 당기기를 일부러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가 해야할 확실한 역할이 정해지면, 그게 ‘해당 문제에 대한 우리 조직만의 대처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꾸준하게 업데이트, 업그레이드 하면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게 일이다. 회사에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답은 정답보다는 ‘해답’이라고 이해해야 맞다.
2021년 11월 15일 오후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