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배우이자 펭수 작가" 염문경
Naver
"사실 뭘 해도 무난한 8점이라는 생각일 때가 많다. 다양한 재주는 감사한데 한때는 콤플렉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게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세상은 한 가지에 몰두해 성취해내는 서사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천재나 외골수에 대해 갖기 쉬운 환상도 드라마틱 하죠. 하지만 세상이 오래된 환상으로만 유지될 수 있을까요. 염문경 씨는 배우, 감독, 작가로서의 길을 만들어가면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작고 작은 미디어 회사를 일구면서, 자동차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개인적인 에세이도 쓰고 있고, 이미 갖고 있는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바탕으로 가을 즈음에는 강사로 데뷔하고 싶은 욕심도 있거든요. 불안했습니다. 다 버리고 하나만 해야할까,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좀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는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 하지만 흐름대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 가지 일만 하도록 태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니 그때 그때 내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그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최대의 효율을 만들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좀 느려도 차근차근, 하루하루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달콤한 성취의 맛을 볼 수도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마냥 자유롭지 않은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찾는 일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라지는 인간애, 본성 자체에 대한 의심만 짙어지는 것 같은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 앞에 있는 것들, 내가 좋아하고 해야하는 작은 일들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허투루 보내지 않은 시간들은 분명히 쌓이게 마련이니까요. 쌓인 것들의 존재감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니까요. 오늘은 그런 월요일입니다.
2020년 3월 30일 오전 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