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상사로부터 받은 피드백 중 가장 도움이 된 피드백은 어떤 것이었는가? 무엇이 그것을 가치있게 만들었는가? 받는 사람에 달려있는가? 하는 사람에 달려있는가? 내가 과연 일을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함이 크지만, 대부분은 20~30년 직장 생활 중에 제대로 된 피드백 한 번 받기가 어렵다. 듣기 싫은 말을 꺼내 껄끄러운 관계가 되느니 그냥 넘어가자는 생각으로 피드백은 무기한 연기된다. 개선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피드백은 ‘발전적 피드백’이라는 근사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듣는 사람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피드백은 해야 할 횟수보다 대개 적게 이루어진다. 피드백은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보다 어떻게 잘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직원들이 상사에게 가장 바라는 점은 ‘자신을 키워달라는 것’이라는 여러 조사 결과가 있다. 칭찬과 인정도 좋지만, 성장을 위해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지 상사로부터 객관적인 얘기가 듣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고민 끝에 피드백을 주면, 나긋나긋 잘 받아 들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 누구에게나 본인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동기가 있다. 그래서 피드백을 들으면 ‘좋은 나’에 대한 지향성과 충돌이 생기며 인지적 부조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 이를 해소하려는 내적 긴장이 생기고, 현실부정과 자기방어가 무의식적으로 동원된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얘기라는 이성적 판단은 그 다음 일이다. 팀원이 피드백에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들이 편협하거나 성장의욕이 없어서도, 상사로서의 내 권위가 약해서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피드백의 성공은 상대가 그것을 수용하고 그대로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까지이다. 피드백의 힘은 나의 영향력의 크기에서 상대의 저항의 크기를 뺀 값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저항을 만드는가? 바로 평가적인 언어이다. “자네는 왜 일을 그리 무책임하게 처리하나?” “부장 3년차가 이런 식으로 하다니 개념이 없군”에는 듣는 이가 동의할 수 없는 주관적 표현이 다수 들어있다. 또 “이 정도는 당연히….” “한번도 제대로 한 적이…” “늘 이런 식이야” “소홀하군” 등 우리의 평가적 인지 습관은 너무나도 뿌리가 깊어서, 관찰의 초기 단계부터 개입하여 순수한 관찰을 어렵게 만든다.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성격상의 문제로 규정하거나, 한번의 실수를 실력의 문제로 치환한다면, 그 피드백은 수용될 가능성이 낮다. 그걸 최선이라고 잘못 알았을 수도, 자신에 대한 기대치에 둔감했을 수도, 잘 해오다가 어쩌다 오류가 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시성이 아니라 일회성인 것으로, 고질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적인 것으로, 전반적인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오류라고 프레이밍 할 때, 피드백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사람들은 피드백에 쓰이는 단어와 말투에 대단히 민감하다. 미리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두면 격한 표현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는 악수를 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직원을 성장시키기로 이왕 마음 먹었다면, 조금 더 친절하자. ‘일처리가 미숙하다’ ‘성격이 느긋하다’ ‘업무 감각이 떨어진다’ ‘성의가 부족하다’ 보다는 ‘주변과의 협업이 더 필요하다’ ‘객관적 데이터를 더 이용하라’ ‘보고의 타이밍을 잘 맞춰라’ 등 개선이 가능한 형태로 프레이밍 할 때, 피드백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개선 방향을 알려주되 받아들이기 좋은 형태로 주는 것이 성공적인 피드백의 관건이다. 직원의 반발에 밀려 피드백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다음 번 피드백은 훨씬 더 불리해진다. 피드백 이후에도 ‘중요하다고 말했으니 개선은 알아서 하겠지’ 식의 태도는 도움이 안 된다. 피드백을 받고 아픔을 느낄 상대와 같이 할 마음이 있는가? 그의 발전 과정을 도울 힘이 있는가? 면밀히 관찰하며 팔로우업 피드백 할 성의가 있는가? 이 질문들에 예스라면 피드백을 해도 좋다. 피드백은 팀원에 대한 관심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도구이자 성장의 토대이다. 진정한 관심이 없는 피드백은 얄팍하며, 피드백이 없는 진정성은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