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패 신드롬”. 반드시 패한다(必敗)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신드롬은,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도 상사로부터 일을 못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실제로 무능해져 버리는 현상을 일컫는데요.
물론 구성원의 역량이 부족해 성과가 저조한 경우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상사가 그런 문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리더라고 하면 구성원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이끌어서 더 좋은 성과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인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유능하던 직원도 무능하게 만든다는 걸까요?
필패 신드롬에 따르면 직원이 잘 되기를 바라는 선한 의도를 가진 리더가 무능한 직원을 만든다고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직원의 능숙치 못한 일처리가 눈에 띄어 도와주려는 마음에 지켜보고, 세세한 지시를 내리고, 개입을 반복하면, 그 직원은 자존심이 상하고 의욕이 저하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됩니다.
단계 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어떠한 계기로 상사는 직원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조금 더 지켜보고자 감독을 강화한다.
☑️2단계: 이를 눈치챈 직원은 자존심이 상하고 업무 의욕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3단계: 그런 직원을 본 상사는 더욱 더 의심을 강화하고, 전보다 더 많은 감독과 개입을 한다.
☑️4단계: 직원은 업무에 소홀해지고 시키는 일만 기계적으로 하며, 적대적인 태도로 반발하기도 한다.
☑️5단계: 상사가 본인 판단이 옳았다고 확신하면서, 직원은 무능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나와 같은 성향의 집단(in-group)은 수용하고, 나와 다른 성향의 집단(out-group)은 배척합니다. 상사들도 무의식적으로(혹은 의식적으로) 직원들을 일 잘하는 인-그룹과 그렇지 못한 아웃-그룹을 분류하고, 인-그룹에겐 신뢰와 자율권을 부여하지만 아웃-그룹에겐 간섭하고 통제하는 등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슬픈 사실은, 아웃-그룹으로 분류되면 그걸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확증 편향(confirmatory bias)과 자기 충족 예언(self-fulfillment prophecy)이 그 원인인데요. 확증 편향이란 자기의 주관, 신념,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그럼 필패 신드롬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요? 먼저 상사가 본인의 행동 때문에 직원이 무능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문제 인식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인 만큼 정말 중요한 얘기죠.
내가 확증 편향에 빠져 직원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불공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식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뻔한 얘기지만 소통이 빠질 수 없죠. “나는 당신을 돕고 싶다”라는 말로 필패 신드롬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서로의 기대와 상황을 진솔하게 얘기 나눌 수 있는 민주적인 소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직원 역시 성심 성의껏 소통에 임해야 합니다.
또한 필패 신드롬의 반대 개념인 피그말리온 효과를 통해 평범했던 직원도 상사의 기대를 충족하는 유능한 직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필패 신드롬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바꿔 볼 수도 있습니다.
✅1 단계: 상사가 직원의 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믿어준다.
✅2단계: 직원의 자존심과 업무 의욕이 점점 상승한다.
✅3단계: 상사는 직원을 더 인정해주고 코칭해준다.
✅4단계: 직원의 의욕이 점점 상승하고 업무 성과가 나오며, 직원은 상사에게 존경과 신뢰를 보낸다.
✅5단계: 그 직원은 결국 유능한 직원이 된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필패 신드롬은 무섭다. 필패 신드롬에 빠진 직원들은 자신을 자를지도 모르는 상사에게 불평하는 대신 동료들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래서 필패 신드롬에 빠진 조직은 불평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