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관뚜껑에 못 박힐 때까지 공부할겁니다"
Digital Chosun
장인이 진상을 상대하는 법 1 : 아기라고 생각하고 대합니다. 일로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면 좋겠지만, 개중에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진상'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앞으로 두 편에 걸쳐,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에서 일가를 이루신 분들의 진상 대응법과 그들의 일과 삶에 대한 통찰을 엿보도록 하겠습니다. '스시효'는 우리나라 최고의 일식(스시)집으로 손꼽힙니다. 안효주 조리장은 스시효를 책임지는 최고 요리사이지요.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로 인정받는 분들의 말씀은 새겨들어야 할 내용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화가 나면 음식을 그만 만들었어요. 손끝에서 독이 나오는데 어떻게 그 손으로 요리하겠어요. 언젠가부터 화를 삭였고, 나중엔 화가 안 나요. 그런 사람은 너무 작고 불쌍해 보이게 됐거든요. 어른은 어른인데 기저귀만 안 찼지, 아기나 다름없으니까요. 아기라고 생각하고 대하면 됩니다. "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곰삭은 김치맛이 떠올랐습니다. [1단계] 내가 화난 상태로 스시를 쥐면 그 분노가 스시로 고스란히 갈테니 음식을 못만든다.(사실 이 부분 부터, 안효주 선생님은 최고의 자질을 갖고 계셨다고 볼 수 있지요.) [2단계] 속으로 삭혀 내가 만든 스시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한다. [3단계] 이제 진상 고객이 불쌍해 보인다. 하는 행동이 아기같아 안쓰럽다. 이제 고객의 태도가 내 스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안효주 조리장은 통제불능 변수인 고객을 두고(고객과 싸울 순 없느니까), 삭고 삭고 삭아지다가 결국 고객의 본질을 꿰뚤어(이 사람은 겉만 어른이고 속은 아기인 불쌍한 사람이구나!) 해탈(?)해 버리셨습니다. 일을 통해 만나는 진상들의 내면에 이처럼 비성숙한 자아가 또아리를 틀고 앉았음을, 그리고 내 내면에서 이런 아기들이 떼를 쓰고 있음을 깨닫게 될때, 업무적 만남이 조금은 더 편해 지지 않을까요.
2020년 4월 19일 오후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