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납입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벤처캐피탈 심사역]
❓ Q. 벤처캐피탈을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2016년 벤처캐피탈 신규인력 양성과정 중 한킴 Altos Ventures 대표님의 강연이 인상적이었어요. 당시 바이오 분야 투자가 주목받았고, 대부분의 VC 관계자가 바이오 산업 투자는 필수라고 하던 때였죠. 그런데 알토스벤처스의 포트폴리오에는 바이오 회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한킴 대표님께 물었습니다.
"알토스벤처스는 왜 바이오 분야 투자를 하지 않나요?"
돌아온 답은 단순 명료했어요.
“우리는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투자를 유행처럼 따라가지 않고,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하는 게 성공적인 투자라는 답변이었죠. 돌이켜보면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습니다. 평소 ‘벤처캐피탈은 심사역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를 계기로 알토스벤처스에 입사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Q. 투자한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트업은 어느 곳인가요?
✍ 윙잇(WingEat)이라는 푸드 커머스 스타트업입니다. 동문파트너즈에서 심사역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에 인연이 맺어진 만큼 유독 애착이 가는 곳이에요. 2017년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했는데, 어느새 2023년 상장을 준비하는 곳이 됐죠.
당시 제 투자 기준은 ‘시장’이었어요. 코로나19가 없던 그때, 1인 가구와 워킹맘 인구가 늘고 있었거든요. 가정대용식(HMR) 시장이 커질 거라고 봤죠. 윙잇은 공동대표 두 분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성장 방향과 타깃 유저 그룹, 마케팅 전략이 명확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단순히 전체 판매액에만 신경쓰던 시기에 이곳은 ‘재구매율’과 ‘고객 만족도’ 개선에 광적으로 매달렸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 Q.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돕고 있나요?
✍ 요즘 젊은 에너지와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20대의 창업자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성장을 하려면 결국 경험이 많은 시니어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젊은 창업자들이 창의적인 시각으로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을 제시하는데 사실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게 실행이에요. 그런데 머릿속의 상상을 실현하려면 업계에서 10년 20년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반드시 영입되어야 기업으로서의 구조를 갖추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벤처캐피탈이 단순히 투자금 납입만 하고 먼발치에서 응원하는 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대외적으로 인정받거나 검증된 경력의 인재들은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스타트업을 선호하기에 초기 스타트업들은 인력난이 심해요. 저는 스타트업들이 필요한 인력들을 찾아 제공하는 것도 벤처캐피탈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이 제시한 비전에 공감하여 투자를 진행하였는데 그들이 풀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을 해줄 수 없다면 그건 진정한 파트너쉽이라고 볼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