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긴 시간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느낀 단 하나의 사실이 있다.
‘글은 언젠가 사라지고 사유는 남는다.’
인터넷의 훌륭하고 아름답고 풍성한 글들은 언젠가는 사라진다.
내가 어깨너머로 훔쳐보듯 눈팅(이런 단어가 아직도 있나?)만 글들은 이제 대부분 찾아볼 수 없다. 구글의 이해관계 때문인지, 네이버가 후져서인지 내가 알 순 없지만 이제 찾아볼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무료, 글도 무료니까 영원하겠지’ 생각했지만, 역시 인생에서 영원한 건 절대 없었다.
그 이후 많은 글들을 이유도 없이 많이도 모았다. 뭔 내용인지 모르는 철학적인 내용들부터 돈이 될 것 같은 경제해석 글까지 주구장창 모으기만 했다. 다시 찾아본다해도 역시 무슨 내용인지 모를 것이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어마어마하게 달라졌을리 없기 때문이다.
단 하나 달라진 것을 꼽으라면, 이제는 그런 것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글이라도 의도가 없는 글들이 없겠지만, 나는 명확한 하나의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 적었다. 그리고 각각을 조각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큰 그림의 조각들을 내가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적기 시작했는데, 세상에는 더 많은 조각이 있었다. 그건 기회이기도 하고 좌절이기도 했다. 내가 가지고 있지만 이름 붙이지 못했던 조각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고, 서로 다르게 부르지만 사실은 같은 조각도 있었다. 내가 가지지 못했고 탐이 나는 조각들도 물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조각으로 그림을 맞춰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웠고, 누군가는 다른 그림의 퍼즐을 가져와 맞지 않는 그림에 퍼즐을 끼워 맞추는 것을 보면서 놀라우면서 한심했다. 덧붙여 누군가는 나를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겠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기 마련’이라는 말을 잊지 않으려고 가끔 떠올려본다. 뭐 하나 사라진다고 별일 없을 것이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안다. 다만 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