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처가 말하는 광고는 예술일까? 과학일까?》 저는 쿠팡에서 광고에 대한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인터뷰를 하는 대부분은 쿠팡에서 광고를 하는 판매자이자 광고주이고 동시에 쿠팡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B2C End-user)입니다. 광고와 관련한 리서치에서 많은 조사자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논의해 온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광고는 예술일까요? 아니면 과학일까요? 예술이냐, 과학이냐 정답은 없지만 리서치를 하는 경우에는 '과학'으로 정의하고 어떻게 문제와 관련된 현상을 발견하고, 측정하여 개선할 것인가? 에 집중합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담'에서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원문은 〈조사인으로 살다: 박무익 회고록〉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광고 콘셉트에 어울리는 모델 선정부터 시작해 카피나 배경음악 등 갖가지 요소에 대한 반응을 미리 체크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서다. 이 단계에서 늘 등장하는 쟁점이 있다. “광고는 예술(art)인가, 과학(science)인가?” 창의적 표현을 중시하는 디자이너나 카피라이터는 광고를 독창적인 예술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오랜 조사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나는 광고를 예술보다는 과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광고는 측정 가능하고, 경쟁사와 상호 비교함으로써 콘셉트와 표현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은 그런 식의 평가가 어려울 뿐 아니라 효용 가치도 크지 않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과학적으로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하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실제로 광고 업계에서는 1987년 국내 최초로 TV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초 단위로 측정하는 AD-Score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실내에 모인 30명에게 TV 광고를 보여주면서 매 순간 마음에 들면 측정기의 (+) 키를, 마음에 들지 않으면 (-) 키를 누르도록 해 반응을 초 단위로 실시간 측정하는 기계식 장비였는데요. 경쟁사의 광고와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의 효과를 측정하는데 유용한 방식이었습니다. 광고 시안의 미흡한 부분이 어디인지도 명확하게 알 수 있었죠. 미국, 일본 비디오리서치에서도 갓 도입했을 정도로 당시로써는 최신 방식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적용할 수 없었습니다. 광고주 측의 광고부서나 광고대행사 측은 AD-Score 이용을 꺼렸기 때문이죠. 광고 시안 평가가 낮게 나올 경우 광고를 다시 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추가 경비 소요 등이 그 이유였습니다. 결국 꽤 많은 투자로 개발한 AD-Score 시스템은 국내 최초의 시도라는 의미만 남기고 흐지부지 사라졌죠. 결국 리서치를 한다고 말하면서, 적나라한 결과를 보고 바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비효율적인 리서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뛰어난 리서처라면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드러내고, "출시를 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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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9일 오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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