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져 보자. 나는 그리고 당신은 일을 잘하는 사람일까?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대부분은 스스로에게 관대한 점수를 줄 것이다. 잘한다는 말까진 안 하더라도 최소한, ‘나는 일을 못하지는 않아’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일을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일을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상대방이 더 잘 안다.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데 인색한 우리 문화에서, 일 잘한다는 평판을 얻었다면 그 사람은 일을 정말 잘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평판이 좋지 않다면 억울한 마음은 잠시 누르고 겸허하게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니라고 부정만 하다가는 스스로 침잠할 가능성만 커진다.
다른 사람 말에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망가뜨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타인의 평가는 어느 정도 객관성을 띠고 있다. 나에게 관대한 나 자신의 평가와 객관성을 가진 다른 사람의 평가를 조합해서 나를 돌아보면 된다. 일 못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보며 자신에게도 혹시 이런 모습이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1️⃣싸움왕 (vs. 협상왕)
이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하나를 쟁취하기 위해 싸움도 불사하지만, 실제로 얻는 것은 거의 없다. 열 개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하나 이하를 얻어간다. 목소리가 크고 다른 사람들의 요청은 모두 ‘공격’으로 간주한다. 회의에 참석하고 나올 때면 씩씩거리며 타부서 누군가의 이름에 온갖 저주를 퍼붓는다.
이들에게 역지사지란 없다. 그저 내가 당장 불편하고 내가 손해 봤다고 생각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들이받는 유형이다. 유관부서나, 팀 내 사람까지 갈무리하고 편을 나누어 팀워크를 확실히 망가뜨리는 역할에 능수능란하다.
싸움왕은 멀리 보지 못하고 당장의 이익이나 손해에만 혈안이 되어 전체적인 팀워크를 저해한다. 일의 효율은 물론 유관 부서와의 사이도 좋지 않기 때문에 팀 전체에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 싸움왕이 파트 리더나 팀장 자리에 앉으면 더 골치 아픈 상황이 발생하는 건 뻔한 일이다.
2️⃣불통왕 (vs. 소통왕)
불통왕 유형에는 ‘모든 소통에 답이 없는 사람’과 ‘자신의 고집에 싸여 인정할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일 못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성실성’과 ‘빠른 응답’은 일 잘하는 사람의 기본 요소다. 즉, 성실성과 빠른 응답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다. 모든 소통에 답이 없는 사람은 일에 대한 열정이 없거나, 업무를 잘 모르거나, 게으른 경우가 많다.
후자는 자신의 고집과 아집에 둘러싸여 당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만약, 그 사람의 의견이 맞다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뚝심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이 늘 옳지는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유형은 상사든, 동료든 후배든 간에 만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내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불통왕의 면모를 보이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불통을 넘어 남을 바꾸려 하는 위험한 시도를 한 건 아닌지에 대한 성찰도 함께.
3️⃣권력왕 (vs. 리더십왕)
관료주의의 사전적 뜻은 ‘관료 사회에 만연해 있는 독선적, 형식적, 획일적, 억압적, 비민주적인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이다. 역사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는 ‘관료주의 문화’가 있다. 정치제도, 교육 환경, 군대 계급 문화까지…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총합이 직장의 관료주의라고 생각한다. ‘관료주의’를 설명하는 위의 단어 전부가 우리 직장에서 흔히들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관료주의’를 ‘직장생활’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관료주의는 ‘권력’이 득세할 때 생겨난다. 앞서 우리는 리더란 ‘영향력을 발휘하여 구성원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권력왕’은 이와 다르다.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구성원이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자신을 보필하길 원한다. 구성원은 자신의 성과를 빛내고 닦아줄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4️⃣정치왕 (vs. 전략왕)
사실 ‘정치왕’은 ‘전략왕’과 한 끗 차이다. 하지만 그 결과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전략왕은 자신은 물론 팀의 품격을 함께 상승시킨다. 이에 반해 정치왕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을 목적으로 한다.
그 결과가 자신은 물론 팀에 기여하면 정치왕도 겉으로는 전략왕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함께 일하는 사람은 결과가 같더라도 그 사람이 전략왕인지, 정치왕인지 과정을 보면서 파악할 수 있다.
전략왕은 큰 그림을 보고 목표와 목적, 그리고 수단을 조율하는 반면 정치왕은 그렇지 않다. 조급한 의사결정과 단기적인 업무 진행은 한계를 드러낸다. 회사나 공동의 목표는 안중에도 없다. 그래서 함께 일하면 팀워크에 문제가 생긴다.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싸우고, 불통하며,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5️⃣무지왕 (vs. 스킬왕)
일 못하는 사람의 유형 제1순위가 바로 이 ‘무지왕’일 것이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업무 기술도 필요하다. 업무 기술이란 말 그대로 시스템을 잘 다루거나, 보고서를 잘 만들거나, 발표를 잘하거나, 관련 영역 및 업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는 것 등을 말한다.
웃픈 사실이지만, 상사나 동료 또는 후배 중에 이런 업무 기술을 전혀 갖추지 않은 사람이 하나쯤 꼭 있다. 이들은 매일 다루는 시스템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팀에서 돌아가는 공통 이슈나 어젠다에도 관심이 없다. 전체 공지한 메일은 읽지 않고 나중에 뒷북을 치기 일쑤다.
그나마 동료나 후배라면 조언을 하거나 가르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상사가 이 무지왕 유형에 해당하면 정말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사를 두었다면 팀의 존폐 위기까지 고려해야 한다. 상사가 잘돼야 나도 잘될 가능성이 높은 직장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