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터뷰어(Interviewer)가 된다는 것

01. 민망하지만 작년에 책을 출간하고서 몇 군데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터뷰는 직무 인터뷰가 아닌 말 그대로 취재 인터뷰입니다.) 그중엔 '나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끌어낼 수도 있구나' 싶은 참 좋은 인터뷰어도 있었고 '이분은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이해한 걸까?' 싶은 인터뷰어도 있었습니다. 심한 온도차를 느끼기에 매우 충분한 경험이었죠. 02. 왜 그런 차이가 생겼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또 답은 '밸런스'더군요. 자기 주관이 너무 없는 인터뷰어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이미 정답을 정해놓고 들어오는 인터뷰어는 더 심각한 문제를 낳는 법이니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정말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03. 조선비즈에 연재하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2015년부터 지난주 분량까지 거의 빼놓지 않고 전문을 읽은 것 같습니다. 이중 몇몇 기사를 다시 골라 업데이트 한 [일터의 문장들]이란 책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요. 그리고 지난 9월 김지수 기자님이 직접 인터뷰이로 참여한 특집편 기사를 보면서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속엔 제가 그토록 찾던 좋은 밸런스와 좋은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죠. 04. "인터뷰는 다양한 앵글, 플롯, 문장을 무기로 가장 미스터리한 '인간'이라는 영토를 탐사할 수 있다. (중략) 개인적으로는 혼자가 아닌 둘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점도 좋아한다. 대화는 낳는 것이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 본문 중에서 발췌) 05. 이처럼 이미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자기 균형을 맞추고 난 사람의 언어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유려한 수사와 단어를 사용해도 갈대처럼 흔들리는 사람이 있나 하면, 단호하고 담백한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가 다녀온 긴 여정이 압축돼 느껴지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리고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분명 다른 밀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06. 최근 유튜브를 보면 인터뷰 컨텐츠가 정말 많습니다. 너도나도 마이크와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가서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짧은 호흡과 유머로 편집한 다음, 인터뷰어가 원하는 것들만 전달한 채 끝내는 영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수요가 있기에 공급도 있는 거니 그 시장 질서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때마다 좋은 인터뷰 컨텐츠에 대한 목마름은 정말 커졌던 것 같습니다. 07. 그중에서도 가장 부재를 느꼈던 부분은 '인터뷰이 선정'에 대한 자기 철학과 기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최근에 가장 핫한 사람, 특정한 논란을 낳은 사람, 그래서 해명할 거리가 있는 사람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김지수 기자님의 인터뷰 대상 선정 기준은 더 큰 울림을 주는 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지혜의 촉을 놓지 않는 최전선의 사람들." 08. 물론 세상에 깊게 우린 곰탕 같은 인터뷰 컨텐츠가 있나 하면 가볍게 먹기 좋은 주전부리 같은 인터뷰 컨텐츠가 있는 법이겠죠. 하지만 주전부리 하나를 만들더라도 자기 철학을 가지고 좋은 주전부리를 만들어 오래오래 사랑받도록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야 그 영역도 자기 값어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09. 저는 이렇게 한 영역에서 장인이자 마스터가 존재하는 게 참 좋고 다행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인터뷰'라는 영역에 뛰어들고 싶다면 한 번쯤 '김지수 기자만큼 해봤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러니 모쪼록 '김지수의 인터스텔라'가 오랜 시간 연재되고 또 사랑받기를 바라봅니다.

누적 조회 1000만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그가 인터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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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조회 1000만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그가 인터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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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4일 오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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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삭제된 사용자

    2022년 10월 25일

    기본적으로 '탐색'과 '집중', '몰입'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사에서도 말씀하셨듯 그 사람을 알고 있다와 알고 싶다의 그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알아나가는 것. 개인적으로 되새겨봅니다:) 이 기사를 전에 인터뷰 전문 프로그램 진행하셨던 모 진행자 분도 읽어보셨을라나 싶네요ㅎㅎ (자기 관심도에 따라 인터뷰 내용이 너무 천차만별이셨던 터라... 많이 애먹었습니다ㅠㅠ)

    저도 이 글을 쓴 이유가 그 '적정선'을 찾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한번 말씀드리고 싶어서였거든요! 저는 그 '모 진행자'분을 잘 알지 못하지만 정말 자기 관심도에 따라 널뛰기 하는 인터뷰어들은 좋은 인터뷰를 뽑아내기 매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ㅜㅜ 좋은 인터뷰는 좋은 인터뷰이 만큼이나 좋은 인터뷰어가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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